포르셰가 오랜 경영 침체와 비리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폴크스바겐의 지분 인수 계획을 발표하자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선 발표 직후인 26일 포르셰의 주가는 10.4%나 급락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조치라는 게 시장의 반응인 셈이다.
포르셰는 “사업 파트너인 폴크스바겐을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분 20%를 추가로 확보한다고 해도 포르셰가 폴크스바겐에 대해 지배적 경영권을 갖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포르셰가 폴크스바겐 구하기에 나선 것은 논리보다는 역사적이고, 정서적인 이유 때문이다. 포르셰와 폴크스바겐은 각각 고급 스포츠카와 대중차에 주력, 이미지는 정반대지만 뿌리는 하나라는 것이다. 나치 하에서 개발된 폴크스바겐의 첫 국민차 모델 ‘비틀’은 포르셰를 창립한 페르디난트 포르셰(사진)의 작품이다.
이 때문인지 두 회사는 견고한 공조를 유지해왔다. 포르셰의 아들 페리가 개발한 로드스터는 폴크스바겐의 고성능 엔진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최근에도 포르셰의 SUV 카이엔을 공동 개발했고, 하이브리드카 개발에서도 상호 협력을 다짐했다. 폴크스바겐은 포르셰의 생산차량 30% 정도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포르셰 가문은 지금도 폴크스바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포르셰의 외손자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자회사인 아우디를 거쳐 폴크스바겐의 최고경영자를 지냈고 현재 감독이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르셰의 투자 결정은 피에히 회장이 외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가문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선대의 피땀이 스민 회사를 아무에게나 넘겨줄 수 없다는 의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커크 커코리언이 폴크스바겐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파다했다.
단일 주주의 의결권 상한을 20%로 규정한 독일의 일명 ‘폴크스바겐법(자동차산업 소유구조 관련 법)’이 EU사법재판소에 제소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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