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주변은 숨어있는 맛집과 쇼핑의 천국이기도 하다. 맛집, 쇼핑가 정보를 미리 챙겨두면 한층 알찬 청계천 나들이길이 된다.
청계천만 따라가다 보면 음식점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곳곳에 숨은듯한 골목길로 들어서면 맛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부분 전통있는 곳들이어서 고객이 줄지어 선 음식점만 들어가도 80% 이상은 성공이다.
청계천도 식후경!]
▦음식점
고추장돼지불고기 전문점 ‘황소고집’(722-5747). 1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마련된 15개의 테이블은 점심시간 전부터 이미 꽉 채워졌고 기다리는 줄은 줄지를 않는다.
식당 바깥에 마련된 숯불에서는 주인 오영미(35)씨가 쉴새없이 고기를 구워대고 있다. 냄새만으로도 침이 넘어갔다. 이 집 돼지고기 맛의 비결은 목살과 그들만의 양념에 있다. 된장국과 김치, 방금 무친 나물 등 밑반찬 5가지 상추가 나온다. 1인분 3,500원.
30년 전통의 보쌈 전문집 ‘원할머니 본가’(2232-3232)는 구수한 고기와 신선한 굴을 넣어 매일매일 담가 내는 겉절이 김치가 입맛을 돋군다. 깔끔하고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가족모임이나 손님들과 함께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족발 2만4,000원, 보쌈 3만9,000원.
동평화시장의 20년 된 만두집 ‘국일분식’(2236-4672)은 직접 빚어 손맛이 담긴 만두와 찐빵 전문집이다. 부추, 야채, 고기, 당면이 들어간 쫀득쫀득한 이 집 만두를 한 번 맛본 사람은 잊지 못 한다. 만두 8개, 진빵 3개 각각 2,000원.
화려한 불빛이 보석처럼 부서지는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곳들도 있다. 종로타워 33층에 위치한 ‘탑 클라우드 그릴ㆍ카페’(2230-3000)와 청계천 물길이 시작되는 청계광장 바로 옆에 있는 ‘베니건스’(736-1300).
▦카페
청계천변 노천 카페도 좋다. 선선한 가을날, 노천 테이블에서 향이 그윽한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좋을 만한 ‘카페 드 구티에’(723-52550). 커피전문점이지만 10여 가지 생과일 주스와 간단한 샌드위치도 판매한다. 깔끔하고 복잡하지 않아 좋다. 눈 앞에 흐르는 청계천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분위기 내기에 그만이다.
동대문 두산타워 1층에 위치한 ‘렌떼’(3398-3388)도 괜찮다. 커피와 케익, 샌드위치, 각종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형 카페다. 블루베리 치즈와 치즈 망고 등으로 만든 무스 케익은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커피와 샌드위치가 겸해진 브런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을 듯. 단 동대문 쇼핑몰 일대라서 주변이 혼잡스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주점
청계광장 주변에는 가볍게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텍사스’(774-0804)가 있다. 120개국의 맥주를 먹어볼 수 있는 이곳에서는 주문할 필요도 없이 대형 테이블 안에 든 200여 가지에 달하는 맥주 중 원하는 것을 골라 마시면 된다.
안 먹어본 맥주들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이 집의 묘미다. 나쵸와 튀김류 등 미국식 안주는 1만원대.
쇼핑도 빠질 수 없지요
관수교를 지나면서부터는 세운상가를 시작으로 쇼핑 타운이 펼쳐진다. 공구, 조명, 전자제품, 옷, 신발까지 없는 것이 없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신제품 뺨치는 중고품을 반값도 안되는 돈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
▦동대문 풍물시장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하면서 청계천과 황학동 일대에서 밀려난 노점상들이 동대문운동장 안에 둥지를 틀었다. 동대문 풍물시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재래시장처럼 1평짜리 좌판 900여개가 쭉 늘어서 있다.
거의 만물상 수준이다. 쓰던 가방, 옷, 신발에서 신기한 골동품까지 제대로 구경하는 데 하루가 족히 걸린다.
1890년대 희귀종 우표는 30~40만원에 달했고 남인수, 배호 등 옛날 가수 LP판 중에는 6~7만원 하는 것도 있다. 중고 물건들은 정가의 70~90%다. 손님이 “비싸다”고 하면 바로 가격이 뚝딱 내려가니 일단 한 마디 하는 것이 이득일 듯.
중간중간에 먹거리도 많다. 100여개쯤 되는 포장마차에서 파는 것들은 라면, 김치국수, 장어, 고래고기까지 메뉴도 갖가지다. 2,000~3,000원이면 한 끼 해결. 밤에는 동대문시장 쇼핑객들이 야참을 즐길 수 있도록 먹을거리 야시장도 열린다.
▦패션타운
두타는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곳. 인근의 밀리오레 등과 함께 청계천변을 대표하는 대형 쇼핑몰이다. 신평화, 동평화, 청평화타운도 패션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세운상가를 지나 광장시장과 방산시장에서는 원단과 리본 등의 의류자재, 평화시장에서는 각종 의류와 모자, 벨트, 속옷을 판다.
좀 더 내려가면 건너편에 동대문 신발상가에는 운동화부터 구두까지 없는 신발이 없다. 청계천이 복원되는 10월 1일부터 이 일대 상가들은 패션축제를 열어 파격 세일을 할 예정이다.
▦황학동 벼룩시장
청계천 복원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황학동 벼룩시장도 아직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이곳에서는 중고품, 골동품, 군용품, 전자제품 등을 판다.
▦애완동물 가게
애완동물을 좋아한다면 청계천 7가에 꼭 들르자. 새와 거북이, 뱀, 금개구리 할 것 없이 다양한 동물들을 한껏 구경할 수 있다.
영화 볼까, 책 구경할까
도심을 따라 흐르는 청계천 주변은 명실상부한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극장과 공연장, 서점, 갤러리가 즐비하다.
▦극장
청계천 시점부에서 충정로 쪽으로 가면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규브 광화문이 있고 광교를 기준으로 명동 쪽을 바라보면 롯데시네마, 에비뉴엘과 명동CGV가 있다.
삼일교를 따라 아래위로 단편영화도 상영하는 중앙시네마와 시네코아, 옛 허리우드 극장이었던 서울아트시네마가 있고 관수교 인근에는 서울극장과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인 단성사, 피카디리 등이 있다.
▦공연장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광교를 지나 중앙시네마를 거쳐 남산 방면으로 걷다 보면 삼일로창고극장이 있다. 마전교를 건너 종로 쪽에는 뮤지컬이나 연극, 클래식도 올려지는 연강홀이 보이고 동대문운동장역과 신당역 사이에는 3월 문을 연 충무아트홀이 발길을 잡는다.
▦서점ㆍ헌책방
동대문 평화시장 부근에는 헌책방 50여개가 몰려 있다. 2평 정도의 작은 공간마다 3,000여권이 넘는 책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서있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쌓여있지만 그 안에서 원하는 책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학습, 유아, 기독교, 외국서적, 잡지 등 분야별로 나뉘어진 헌책방에는 유행을 넘긴 소설책이나 경제, 경영서, 어린이 도서전집 등 없는 게 없다. 책값은 천차만별, 정가의 20~80% 정도에 판매한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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