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포트스가 25일 타결 하루 만에 경수로 제공 등을 둘러싸고 북미간 설전의 대상이 된 6자회담 공동성명의 행간 읽기를 시도했다.
북핵 문제를 밀착 취재해온 글렌 케슬러 외교전문기자는 ‘합의가 진짜 뜻하는 것’이라는 제하의 특집기사에서 6개항의 공동성명을 “언어들이 이견을 숨기거나 현저한 문제를 뒤로 미루기 위해 사용되는 외교(문서)의 고전적 사례”라고 평했다. 케슬러 기자는 공동성명 내용 가운데 나름대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 11군데를 지목해 일일이 주석을 달았다.
그 가운데 제1항에 공동성명의 목적으로 돼 있는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관련해선 북한 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미의 핵우산도 여기에 해당되며 따라서 북한이 한국에 상응하는 사찰을 요구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지적됐다.
제3항에서 ‘한국은 북한에 200만kw 전력을 제공하는 2005년 7월12일의 제안을 재확인했다’는 부분은 한국이 북한에 대가를 주는 데 있어 가장 큰 몫을 지불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가격은 15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케슬러 기자는 제1항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들의 포기 약속’에 대해 ‘포기’는 ‘완전한 해체’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시인을 요구했으나 결국 ‘프로그램들’이라는 복수 표현을 수용하는 선에서 그쳤다.
제1항 가운데 ‘북한의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권’은 부시 행정부가 나머지 5개국의 반대에 밀려 수용한 것이고 더욱이 경수로를 언급한 것은 백악관으로서는 삼키기 어려운 ‘쓴 약’과 같다는 게 케슬러 기자의 판단이다.
경수로라는 말이 공화당이 조롱해온 1994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네바 합의의 메아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경수로 제공을 ‘적당한 시점’에 논의한다고 한 데 대해선 누구도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
제3항의 ‘미국은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부분은 미국이 양보한 것으로 지적됐는데 과거 미국은 “북한의 에너지 수요에 대해 연구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말했기 때문이다.
케슬러 기자는 제6항의 ‘제5차 6자 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한 데 대해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27년간 미 국무부에서 한국어 통역 담당으로 근무했던 통 킴(한국명 김동현)씨도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번 공동성명은 오해의 여지가 많은 ‘언어의 지뢰밭’”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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