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0ㆍ26 재보선 공천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찌감치 후보를 정한 경기 부천 원미갑과 달리 경기 광주와 대구 동을은 공천 과정에서 잇달아 난맥상을 드러냈다. 덩달아 후보도 난립하고 당에 도움이 될 턱이 없는 소문도 무성해지고 있다.
경기 광주는 홍사덕 전 원내총무가 논란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주에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었지만 홍 전 총무 문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져 확정이 차일피일 연기됐었다. 공천심사위는 25일 밤에서야 전체회의를 열고 정진섭 경기지사 정책특보를 후보로 확정했다.
문제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홍 전 총무를 초기 심사대상에서 제외시킨 점이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홍 전 총무를 공천할 경우 필연적으로 탄핵의 정당성 논란이 새로 불거질 수 밖에 없는데 “당으로서는 어쨌든 손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공천심사위가 홍 전 총무를 배제키로 한 과정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탄핵논란은 내세우는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당내 중진과 일부 세력이 5선 경력의 홍 전 총무가 원내에 다시 들어오는 것을 꺼려 비토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홍 전 총무의 향후 행보다. 공천에서 탈락한 홍 전 총무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하는 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지도부가 공천 배제 방침을 확정하면서 홍 전 총무에게 공천 신청 철회를 요청하는 등 우회 압박을 시도했지만 역효과만 낳았다.
홍 전 총무측은 “여론조사와 현지실사 결과에서 앞선 후보를 단지 탄핵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아예 공천에서 제외시킨 것은 불공정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만에 하나 홍 전 총무가 당의 결정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은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대구 동을도 머리 아프긴 마찬가지다. 당초 박근혜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공천할 경우에 대비해 측근인 유승민 비서실장을 맞불카드로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 실장은 지난 주 마감한 공천신청 접수를 하지 않았다. 대신 조기현 전 대구행정부시장, 곽창규 여의도연구소 정책연구실장, 주진우 전 의원 등 15명이 무더기로 신청서를 냈다. 당 안팎에선 유 실장 공천이 백지화됐다는 소문도 무성하고, 신청자들은 “들러리를 세울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불만도 쏟아낸다.
특히 유 실장이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10월 10일까지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회기 중이기 때문에 의원직을 사퇴하려면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본회의 일정은 국정감사가 끝난 12일에 잡혀 있다. 당 지도부는“본회의 소집을 요청하면 된다”지만 여당이 협조할 지도 미지수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