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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가서 간호사 되는게 낫다"/ 필리핀 의사들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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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가서 간호사 되는게 낫다"/ 필리핀 의사들 '탈출'

입력
2005.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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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대우를 바라는 필리핀 의사들의 국외 ‘엑소더스’로 현지 의료계가 공동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필리핀의료협회(PMA)에 따르면 필리핀 출신 간호사에 대한 국제 수요가 폭증한 2001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300명 정도의 의사가 필리핀을 떠났으나,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1,000명 수준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앞으로 3년간은 매년 1,500명씩 더 늘어날 것이란 추산이다.

조사결과 2002년 이후 필리핀을 떠났거나 3년 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사들이 9,000명을 넘었다. 필리핀 전체 의사 인력 7만5,000명의 12%다. 이 때문에 필리핀 전역 1,500여 개 도시 중 115개 지역에서는 의사가 한명도 없다.

의사들이 고국을 버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유럽 중동 등지에서의 수입이 국내보다 훨씬 좋아서다. 그렇다고 이주한 의사들이 현지에서 모두 의사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3D 업종이란 이유로 현지에서 의사보다 훨씬 보수가 좋은 간호사로 전업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미국에서의 필리핀 출신 의사 월급은 1,500달러인 반면 간호사는 3배 가까운 4,000달러를 번다.

필리핀 국립보건기구의 자이메 탄 사무총장은 “65세 된 대형병원의 수석 의사까지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다시 하는 상황”이라고 위기감을 표현했다.

외국에서 간호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전업 의사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의대 학부과정에서 간호사 공부를 다시 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한 예비의사는 2명중 한명 꼴인 47%에 달했다. 이로 인해 매년 배출되는 전문의는 1,200명에서 1,000명 선으로 떨어지리란 전망이다.

PMA는 최근 정부에 국내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대대적인 비상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 필리핀 의사들이 집중 진출하는 국가의 정부에는 빠져나간 의사와 간호사수에 비례해 보상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정부에는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확충해 의료시장의 붕괴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의회에는 의대 학생이 졸업 후 최소 2~3년 동안은 국내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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