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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제삿날 촛불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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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제삿날 촛불 아래에서

입력
2005.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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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제사를 지낼 때면 예전의 모습 그대로 전깃불 아래에서도 촛불을 밝힌다. 그러나 이제 촛불은 밝힌다고 하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켠다고 하는 것이 맞다. 온 방안 빽빽이 촛불을 켜도 전구 중에서는 비교적 어두운 축이 속하는 30와트 백열등 하나를 당하지 못한다.

지금도 제사를 지낼 때 나는 시골집 사랑방에 제수 차릴 준비를 하며 제상 양편에 촛불을 밝혀둔 채로 잠시 전깃불을 꺼본다. 그러면 방안은 정말 어둡다. 예전에는 이렇게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어떻게 살았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래도 어릴 때의 기억으로 등잔보다는 남폿불이 밝고 남폿불보다는 촛불이 밝았다. 등잔 여러 개를 밝힌 것보다 촛불 하나가 더 밝은 것이다. 제삿날 밤 사랑에 촛불을 켜면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렇게 초를 켠 방에서 바느질 한번 해봤으면.”

그러나 시골의 어느 부잣집도 등 대신 초를 켜고 살지 못했다. 그것은 늘 아주 잠깐 동안의 환상과도 같은 밝음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의 환상과도 같은 밝음이 지금은 또 아주 잠깐 동안의 환상과도 같은 어둠처럼 느껴진다. 할머니는 늘 저 불빛을 그리워 하셨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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