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비롯한 주류의 세율 조정이 논란을 빚고 있다. 소주와 위스키는 72%에서 90%로, 맥주는 90%에서 72%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유독 소줏값 인상을 놓고 정부와 여당 간에 불협화음이 들리고 서민들도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소주는 우리나라 성인 남녀가 즐겨 찾는 기호품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정부가 소주세율을 올리려는 이유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데 따른 오해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첫번째 이유는 ‘고도주 고세율, 저도주 저세율’이라고 하는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5세 이상 국민 한 사람이 한 해에 소주 66병을 마시는 술 다소비 국가이다.
술 소비로 한 해에 16조원이나 되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그 대부분은 소주처럼 도수가 높은 고도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도수 높은 술의 세율을 상대적으로 높여 저도주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주세율 조정의 두 번째 목적은 낙후지역 개발 재원을 확충하는 데 있다. 현재 주세 수입은 전액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에 편입해 지역발전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회계의 내년 예산 증가율이 8.4%로 전체 재정 지출 증가율보다 높을 수 있는 것도 주세율 인상분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세율 조정 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세율이 올라가면 소주 1병당 공장도 가격은 97원 올라간다. 위스키도 2,646원이 올라간다. 반면 맥주는 1병당 108원의 부담이 줄게 된다. 그런데도 음식점 소주 가격이 3,000원에서 4,000원까지 오른다고 야단이다. 슈퍼마켓에서 100~200원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는데도 여론에 휩쓸려 1,000원으로 둔갑한 것이다.
주세 논쟁은 시야를 넓혀 국가 재정적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 재정은 건전성을 바탕으로 외환 위기 때에는 경제를 살리는 데도 한 몫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재정 사정은 악화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 재정은 앞으로도 몇 년간 더 국채를 발행해서 살림을 꾸려 나가야 할 형편이다.
적정하게 세금을 정상화하는 것은 당장은 국민들이 싫어하고 인기도 없는 정책이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하게 해야 할 일이다.
배국환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