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차기 대선주자들과 이회창 전 총재의 잇단 회동사실이 밝혀져 때 아닌 ‘창심(昌心)’논란이 일고 있다. 차기 주자들이 당 안팎에 일정한 지지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전 총재의 마음 잡기경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가 23일 이 전 총재를 초청해 시내에서 비공개로 만난 데 이어 이명박 서울시장이 25일 이 전 총재 부부와 만찬을 한 뒤 청계천 공사현장을 함께 거닐었다. 이 시장과 이 전 총재의 양자 회동은 대선후 처음이다. 다른 대선주자인 손학규 경기지사와 강재섭 원내대표도 이 전총재와 가끔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측은 26일 “복잡한 정국에 대해 조언을 듣기 위한 자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시장측도 “청계천 복원 사업에 대해 설명 드리기 위해 만났을 뿐”이라며 “이미 9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초청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측과도 청계천 복원 현장 방문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이 각각 10ㆍ26 재보선과 청계천 복원 준공식을 당내 대선후보 경선 승리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불과 이틀 간격으로 이어진 이 전총재와의 회동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재의 보이지 않는 정치적 자산을 고려하면 경선구도가 팽팽할 경우 어떤 대선주자도 그와 거리를 두거나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박 대표와 이 시장의 행보를 해석했다. 이 전 총재측은 이 같은 시각을 부담스러워 하며 “이미 정계를 은퇴했는데 창심이 어디 있겠느냐”며 “단지 누가 후보가 되든 한나라당이 정권을 찾아오는데 도움 될 일이 있다면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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