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경제 패러다임이 바뀐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경제 패러다임이 바뀐다

입력
2005.09.26 00:00
0 0

지난 수 십년 간 우리 거시경제와 가계를 지배해온 패러다임이 깨지고 있다.

우선 가계에서는 40, 50대 저축률이 이례적으로 급증하고, 주가와 집값이 올라도 예전과 달리 씀씀이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줄어드는데 살 날은 더 많아지면서 소비와 저축에 대한 의사결정 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기존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유가가 경제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었다. 이는 ‘경공업→중공업→정보기술(IT)→서비스’ 등으로 국내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중국이 바로 코앞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탈바꿈한 영향이다.

1. 나이 들수록 저축률 더 높아져

-노후 불안 가중으로 40ㆍ50대 저축 늘려

40, 50대 저축률 종전에는 젊을수록 저축률이 더 높았다. ‘라이프 사이클’ 이론에 따르더라도 한창 일할 때 노후 대비나 내 집 마련 등을 위해 저축을 많이 하고, 노후에 들어서면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저축률이 낮아지게 되어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만 해도 20~30대 저축률(가처분소득 대비 저축 비율)은 40~50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20대 후반(25~29세) 26.5%, 30대 전반 28.5%, 30대 후반 25.7%에 달한 반면 40대 후반부터는 20% 이하 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40~50대의 저축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0~2004년 55세 이상의 저축률은 27.7%로 1980년대보다 7.6%포인트 증가했다. 세금, 공과금 내고 남은 돈의 3할은 저축한다는 얘기이다. 30대 전반의 저축률(28.5%)과 비슷한 수준이다. 40대 후반의 저축률(22.7%)도 80년대에 비해 4.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20~30대 저축률은 큰 변화가 없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때문이라고 설명한다. 50대 이상의 저축률이 높아진 것은, 수명은 늘어나는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등 노후 걱정이 커져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0대도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모르는 실직 불안 등으로 지갑을 여는 대신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령화 등 사회구조 급변동으로 인한 저소비 시대가 본격화한 셈이다.

2. 자산 늘어도 소비자 지갑 안 열어

-집값ㆍ주가 상승 불구 부의 효과 약화 추세

집값ㆍ주가와 소비 부동산가격이나 주가가 오르면 소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월급은 안 늘어나도 재산이 증가한 데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효과가 약화하는 추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 주택가격이 1% 상승하면 소비가 0.18% 증가했지만 올 2ㆍ4분기에는 0.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가 1% 상승에 따른 소비증가율도 2002년 4ㆍ4분기 0.014%에서 올 2ㆍ4분기 0.011%로 감소했다.

송태정 부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가계 부채가 급증했고, 이 부채를 조정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산가격이 올라도 추가로 소비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부채조정이 마무리되고, 국민들의 자가 보유율과 금융자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부의 효과 공식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견해가 일단 많다. 그러나 가계에 앞서 구조조정을 겪은 기업들이 보수 경영을 하는 것처럼 가계도 계속 보수적으로 운용될 공산이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3. 유가 올라도 물가에 영향 덜 줘

-산업구조 급변으로 유가충격 충분 흡수

유가와 거시경제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인데도 실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실질 유가가 1달러 상승할 때 성장률 감소효과는 1970~1986년 오일쇼크 당시 0.15%포인트에서 1999~2004년 0.04%포인트로 줄었고, 인플레 상승효과는 0.23%포인트에서 0.03%포인트로 줄었다.

성장에 대한 파급은 4분의 1수준,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8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 유가충격이 줄어든 데는 원화가치 상승(환율하락)이 유가 상승분을 흡수한 요인도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생산의 핵심 축이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형 중화학공업에서 전기, 전자, IT,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가 안정에는 세계적으로 디플레(저가상품)를 수출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도 크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