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러시아 볼쇼이 발레가 한국에 가져온 ‘스파르타쿠스’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남성 발레’ ‘힘의 발레’로 알려진 이 작품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장대한 스펙터클의 걸작이다. 특히 심장이 터질 듯 역동적인 수십 명의 남성 군무는 좀처럼 잊기 힘든 명장면이다. 가냘프고 우아한 발레를 보아온 관객들은 이 낯설지만 영웅적인 발레에 압도당했다.
볼쇼이 발레가 13년 만에 다시 이 작품으로 내한한다. 지난해 ‘ 백조의 호수’ 등 다른 작품으로는 그 동안 여러 번 왔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백색의 낭만 발레 ‘지젤’도 갖고 온다. 10월 5~9일(5~7일 ‘지젤’, 8~9일 ‘스파르타쿠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볼쇼이 발레는 많은 훌륭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지만,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한 ‘스파르타쿠스’는 그 중에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국립발레단은 2001년 그리가로비치를 직접 초청해서 그의 지도로 이 작품을 공연해 찬사를 받았다.
‘스파르타쿠스’는 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의 노예 반란 이야기다. 자유를 위한 투쟁과 사랑, 죽음의 강렬하고 비극적인 드라마가 반란군 지도자인 스파르타쿠스와 그의 아내 프리기아, 반란을 진압하는 로마 장군 크라수스와 그의 애첩 예기나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타악기가 날뛰고 금관악기들이 포효하는 하차투리안의 역동적인 음악도 걸작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코리안심포니가 연주한다.
발레 ‘스파르타쿠스’는 많은 명장면을 품고 있다. 로마 군단의 위풍당당한 행진, 승리를 다짐하는 반란군의 힘찬 군무, 귀족들의 광란의 파티, 로마군과 반란군의 격렬한 전투, 수십 개의 창에 찔린 채 공중 높이 들려지는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등은 심장을 강타한다. 스파르타쿠스와 프리기아의 사랑의 2인무는 황홀하게 아름답지만 아찔한 고난도의 춤이고, 관능과 야욕의 화신 예기나의 춤은 몹시 도도하고 에로틱하다.
‘지젤’은 슬픈 사랑 이야기다. 배신당한 슬픔에 미쳐서 죽은 시골처녀가 귀신(처녀 유령 ‘윌리’)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순애보가 깊고 어두운 숲, 어슴프레한 달빛 아래 꿈결인 양 펼쳐진다. 공기처럼 가볍게 떠다니는 하얀 윌리들의 군무가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는 볼쇼이의 맞수인 마린스키극장의 스타로 활동하다 2년 전 볼쇼이로 옮긴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요즘 스파르타쿠스 역으로 가장 인기 있는 드미트리 벨로고로초프 등이 주역으로 나온다. (02)751-9682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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