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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법인화 갈등/ 교수들·교육부 주장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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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법인화 갈등/ 교수들·교육부 주장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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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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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교육인적자원부), “학부모 부담이 크게 늘고 ‘학문의 상업화’로 기초학문이 무너진다.”(국ㆍ공립대 교수회 연합회)

국ㆍ공립대 특수법인화 전환을 놓고 빚어지고 있는 교육부와 국ㆍ공립대 교수들간의 갈등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정부 돈으로 운영되는 국ㆍ공립대를 사실상 민영화하기로 결정하자, 교수들이 ‘국ㆍ공립대 죽이기’로 판단하면서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 법인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이유를 들어 법인화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국ㆍ공립대 교수들은 “부작용만 낳는다”며 반대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도심에서는 머리띠를 두른 국ㆍ공립대 교수 1,500여명이 법인화 거부 대규모 장외집회를 갖고 가두행진을 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관련 법을 제출하면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ㆍ공립대 교수들, “법인화하면 국립대 모두 고사”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알려진 국ㆍ공립대 교수들이 법인화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 포기’로 요약할 수 있다.

법인화는 자립이 가능한 물적 기반(수입원) 확보가 전제돼야 하지만, 고등교육 공교육비가 GNP의 0.3%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아 ‘하나마나한 시책’이 된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의 6분의 1도 안되는 것으로, 법인화로 전환하면 정부 지원 없이도 외부연구비 수입 및 기부금 등으로 경쟁력을 갖춘 서울대를 뺀 대다수 대학이 수입이 적어 운영에 애를 먹게 될 것이라는 게 교수들의 주장이다.

부산대의 한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가 열악한 고등교육 예산”이라며 “전체 교육예산의 12%를 대학에 투자해놓고 경쟁력 운운하면서 법인화로 가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법인화 하면 등록금이 오른다는 것도 국ㆍ공립대 교수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대다수 대학들이 재정자립을 위해 등록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소외계층과 저소득 계층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도 박탈당한다는 논리이다.

신분 불안도 빼놓기 힘들다. 교수들이 법인 소속이 되면 공무원에서 민간인과 마찬가지인 준공무원으로 신분이 변경돼 일자리 자체가 불안정해지는데다 비정규직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국ㆍ공립대 교수회연합회 김송희(강원대 교수)회장은 “법인화는 철저한 시장 논리 적용으로 짧은 시간에 기초 학문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교육부는 법인화에 앞서 자립여건, 즉 OECD 평균 수준의 고등교육 투자를 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교육부, “국립대 법인화는 거스르기 힘든 대세”

국ㆍ공립대 교수들이 사생결단식으로 법인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강행할 움직임에서 한치의 변화도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와서 없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국립대 법인화는 10여년전부터 논의돼 왔던 사안이며, 사회적 공감대도 이미 조성됐기 때문에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법인화로 발생할 각종 문제점은 단기간에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재정지원은 국ㆍ공립대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때까지 지금처럼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다.

기존 지원금에다 매년 교육예산증가율 또는 정부예산증가율을 반영한 금액을 합쳐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당분간 돈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등록금 인상과 저소득층의 고등교육 기회 축소 부분은 행정지도를 통해 억제시키고,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를 확대하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복안이다.

교육부는 특히 ‘원하는 대학’에 한해 법인화를 도입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대학의 선택과 법인 전환 역량 평가에 합치될 경우에만 법인화 승인을 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망

당초 일정대로라면 교육부는 10월 정기국회에 국립대 법인화를 담은 ‘국립대 운영체제에 관한 특별법’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ㆍ공립대 교수들의 반발이 워낙 거센데다,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에서도 법인화와 관련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어 교육부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계와 정치권 주변에서는 교육부가 일단 정기국회에 특별법을 제출하겠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적지않다. 국ㆍ공립대 법인화가 표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 89개 국립대 법인화 日 사례

국ㆍ공립대를 하부 행정기관으로 취급하면서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펴온 일본은 지난 해 4월 89개 국립대를 법인화했다.

예산 편성, 운용 및 인사에 대한 자율권을 대폭 대학에 이양하는 대신 정기적인 경영평가를 통해 정부지원금을 차등화 하는 등 경영실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이 골자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8월 “이들 국립대가 법인화 첫해인 지난 해 총 1,100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립대의 3분의 1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거둔 빛나는 성과였다.

오사카(大阪)대학이 70억8,000만엔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것을 비롯해 도쿄(東京)대 69억7,000만엔, 규슈(九州)대 63억4,000만엔 등 전체 89개 대학 중 88 곳이 흑자를 기록했다.

기업체로부터 적극적으로 위탁연구를 수주하는 등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대학병원 운영 등 수익사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전체 운영경비의 절반이 넘는 인건비를 줄여 경영효율성을 크게 높인 덕분이었다.

달라진 것은 그 뿐 아니다. 각 국립대는 우수신입생 유치를 위한 경쟁에 발벗고 나서는 등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시책을 펴고 있다.

전통의 명문 교토(京都)대는 전기모집에 비해 학력이 뒤처지는 후기모집을 폐지했으며, 도호쿠(東北)대는 기업체와의 연계를 강화해 우수학생 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법인화는 아직 완전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일본 내에서는 법인화가 장기적으로는 인기대학과 비인기대학 사이의 재정 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경쟁력 없는 지방 국립대들이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해 국립대의 상당수가 후원금이나 사업이익보다는 법인화 이후 정부의 출자증가 등 특수 요인 덕분에 흑자를 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 울산·인천 국립대 2곳 추진

국ㆍ공립대 법인화 전환 문제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와중에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방에 국립대 1곳을 설치하고, 지방 시립대 1곳을 국립대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양 대학 모두 법인체제로 운영된다.

교육부는 “수요가 있는 곳에 대학을 만드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인화 저지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국ㆍ공립대 교수들은 “구조개혁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정부가 국립대를 또 만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안 맞는 얘기”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설 국립대는 울산에 들어선다. 대학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울산 국립대 설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입학정원 1,000명 규모로 2009년 3월 문을 연다는 계획까지 나왔다.

공학계열 위주의 이공계 특성화 학과가 주로 설치된다.

울산시가 연 100억원씩 15년 동안 총 1,500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내기로 해 법인화에 따른 재정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건축비만 2,500억원 가량 소요돼 정부의 초기 재정 부담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울산국립대 신설은 확정된 반면, 인천시립대의 국립대 전환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교육부가 국립대 전환의 전제 조건으로 법인화와 송도신도시 이전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향후 15년 동안 매년 200억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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