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실시된 폴란드 총선에서 일란성 쌍둥이인 카친스키 형제가 이끄는 중도 우파 야당 ‘법과 정의(PiS)’가 또 다른 보수 우파 야당 ‘시민강령(PO)’에 막판 역전승을 거두며 제 1당에 올라섰다.
각종 출구조사와 초반 개표 결과 PiS는 28%의 득표율로 24_26%의 PO를 제쳤다. 폴란드 민주화 혁명을 주도했던 ‘솔리데리티(연대)’로부터 갈라진 두 당은 총선 전부터 연립정부 구성을 약속한 상태라 폴란드는 4년 만에 우파 정권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유럽 국가 중 최악의 실업률(18%)과 과거 공산권 인맥을 이용한 잇단 부정부패 스캔들로 도덕성 마저 잃어 버린 집권 민주좌파동맹은 득표율 11%로 전체 460석 중 50여 석을 얻는 데 그치며 제 3당으로 추락했다. 이로써 폴란드는 90년 공산권 붕괴 이후 치러진 다섯 차례 총선에서 여당이 모두 패하는 진기록도 세워졌다.
관심은 10월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로 과연 쌍둥이 형제가 함께 차지할 지에 쏠리고 있다. PiS의 총리 후보로 내정된 형 야로슬라브 카친스키(55)는 예정 대로라면 총리에 오르게 된다.
다만 그가“쌍둥이 동생 레흐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들이 닮은 꼴인 우리 두 사람을 헷갈려 할 것이기에 총리를 맡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것이 걸림돌. 야로슬라브는 같은 이유로 좀처럼 동생과 함께 공식 석상에 나타나는 것도 꺼려 한다.
반면 바르샤바 시장이자 PiS의 대통령 후보인 레흐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형을 설득해 총리직을 맡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레흐의 대선 승리가 불투명하다는 점. 최근 여론조사에서 PO의 도널드 투스크 당수가 44~47%의 지지율로 레흐(27~30%)를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레흐는 PiS가 총선에서 역전승 한 여세를 몰아 대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1950년 49분 차이를 두고 태어난 두 사람은 62년 같은 이름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어린이 영화‘달을 훔친 두 사람’에 함께 출연하며 일찍부터 유명세를 탔다. 학창시절 상대방 대신 시험을 쳐도 들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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