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외곽의 한 한식집. ‘우리 먹거리만 쓴다’는 간판을 내건 탓에 1개월 평균 1,500~2,000명의 손님이 몰려드는 식당이다. 하지만 이런 식당에도 중국산 김치가 버젓이 오르고 있었다. 종업원에게 “이 김치 중국산이냐”고 물었더니 지배인이 와서 “우리 집은 절대 중국산 김치를 안 쓴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요리사 이모(29)씨는 “우리집은 업계에서 유명한 ‘○○김치’라는 회사로부터 중국산 김치를 제공받는다”며 “10㎏에 1만3,000원부터 1만8,000원까지 여러 가격대가 있지만 모두 중국산 김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국산 배추와 고춧가루 등으로 같은 양의 김치를 만들면 최소 3만원 이상은 할 것”이라며 “이 일대 대부분의 음식점이 중국산 김치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산 김치에서 다량의 납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보도됐지만 많은 식당들은 그대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었다. 중국산 김치는 한식당뿐 아니라 양식당 분식집, 심지어는 할인점이나 대기업 단체급식에서도 이용되고 있었다. 모든 중국산 김치가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제품이 많아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김치 등 식재료 수입업체 A사 직원 전모(29)씨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푸드코트(음식코너)뿐 아니라 대기업이나 학교 단체급식 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B 단체급식 업체 관계자는 “단체급식의 1끼당 가격은 2,700~2,800원에 불과해 중국산 김치 등 수입 반찬을 쓰지 않으면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밝혔다.
풀무원 관계자는 “서울ㆍ경기지역 한식당의 절반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됐지만 대구의 경우 90%가 넘는 식당이 중국산을 쓰는 등 지방에는 중국산 김치가 거의 모든 식당을 장악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싼 중국산 김치에 국산 김치가 밀리면서 관련 업계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농협 농산물 광진직매점 서무관(42)씨는 “중국산 김치가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김치 매출이 줄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딱 절반이 됐다”며 “농협 김치가 이 정도인데 일반 사업자는 오죽 하겠느냐”고 말했다.
국산 김치가 퇴조하면서 국내 배추와 고추 등 김치재료 재배 면적도 줄고 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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