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았다. 햇볕이 너무 화창했다.” 부시 대통령이 23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허리케인 리타 대비상황을 점검하려던 계획을 갑자기 바꾸자 다음날자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촌평했다.
이 신문은 백악관의 한 관리가 “샌안토니오의 태양이 너무 찬란하게 빛나고 있어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허리케인에 대처하는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어려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샌안토니오에서 허리케인 피해지역에 투입될 수색구조팀을 방문, 격려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백악관측은 공식적으로는 “수색구조팀이 피해지역에 더 가깝게 접근하기 위해 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샌안토니오에 가지 않기로 했다”며 옹색한 변명을 해야 했다.
자연재해 발생시 대통령의 현장방문은 최악의 상황이 지나간 다음이 적절하다는 게 동서를 막론한 불문율. 그것은 대통령이 다녀간 뒤 도리어 상황이 악화되는 데 대한 위험부담, 그리고 현장 일꾼 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배려 등이 감안된 관행이다. 그러나 백악관측은 부시 대통령의 인기 만회를 위해 이를 깨려다가 망신만 당한 셈이 됐다.
한 술 더 떠서 워싱턴포스트는 최근의 부시 대통령의 움직임에 대해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전처럼 오만하게 거들먹거리던 때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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