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구매 의사를 갖고 있는 드라이버들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4월 기아자동차 프라이드를 시작으로 8월 르노삼성차의 뉴SM3, 9월 GM대우차 젠트라와 현대자동차 베르나에 이르기까지 배기량 1,400~1,600㏄의 소형차가 잇따라 출시됐다. 연말까지 출시될 새 소형차가 없는 만큼 이젠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 신차들을 중심으로 각 소형차 모델의 사양들을 비교해보자.
가장 최근에 출시된 차는 현대차의 신형 베르나와 GM대우차의 젠트라다. 25개월간 1,305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베르나에 대해 현대차는 “동급 최고의 상품성과 경제성을 갖춘 ‘프리미엄 소형차’”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차는 기아차의 프라이드와 같은 엔진과 기본차체(플랫폼)를 쓰고 있다.
현대차의 투싼과 기아차의 스포티지가 같은 엔진과 플랫폼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배기량이 휘발유(가솔린) 모델의 경우 1,400㏄와 1,600㏄, 경유(디젤) 모델의 경우 1,500㏄인 것도 프라이드와 같다.
이 때문에 기아차의 프라이드와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데, 프라이드는 현재 월 2,000대 가량 팔리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고 가솔린보다 디젤 모델이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
젠트라는 배기량이 1,500㏄로 가솔린 모델만 나와있다. 통상 업계에서는 1,400㏄가 주력인 모델을 소형차, 1,600㏄가 주력인 모델을 준중형차로 분류했다. 이는 세법상 소형차 적용을 받는 차가 1,500㏄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 젠트라는 이 같은 소형차와 준중형차의 틈새를 노린 차라 할 수 있다.
회사측이 ‘소형차의 합리적 가격과 경제적 연비, 준중형차급의 여유로운 실내공간과 고급 편의사양을 갖춘 차’라고 설명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젠트라가 1,500㏄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7월부터 지방세법 개정 등에 소형차 기준이 1,600㏄까지 확대되면서 소형차와 준준형차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것도 큰 몫을 했다. 실제 소형차와 준중형차는 배기량과 실내공간 등에 큰 차이가 없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르노삼성차의 SM3도 같은 범주에 넣어볼 수 있다. 8월말 출시된 SM3 뉴제너레이션은 새 엔진과 플랫폼을 사용한 100% 신차는 아니지만 디자인과 컬러 등이 크게 개선된 데다 가장 고급스럽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한달 만에 3,300여대가 판매됐다.
물론 준중형차 베스트셀링 모델인 현대차의 아반떼XD도 가장 많은 이가 선택하는, 가장 검증된 모델이다. 아반떼XD는 1~8월 5만2,079대가 판매돼 쏘나타(5만8,380대)에 이어 올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많이 팔린 차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신차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뉴아반떼XD가 최근 나온 신차들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 지 주목되고 있다.
1,400~1,600㏄ 신차들의 대거 출시 덕분에 소형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600㏄이하 소형차의 올해 판매량은 지난달 말까지 13만3,1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6.4%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차와 준중형차의 벽이 무너진 만큼 배기량 1,400~1,600㏄의 차를 대상으로 성능, 연비, 가격 등을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연비가 높은 소형차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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