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없는 미국 고교생이 풋볼 무대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요즘 미국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은 오하이오주 데이튼시 커널 화이트 고교 풋볼팀 수비수 바비 마틴(17)군.
마틴군은 8월 28일 풋볼 시즌 개막 이후 1주일간 두 팔에 몸을 실어 그라운드를 누비며 단독 태클 4개 등 모두 7개의 태클을 성공시켰다. 키 93㎝에 몸무게 50㎏.
그는 23일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제 앞에 있든지 상관 안합니다. 상대편 선수 중 누가 볼을 갖고 있는지 알아내면 달려가 쓰러뜨릴 뿐이지요”라고 말했다.
등 번호 99번인 마틴이 대회 개막식에 나타났을 때만 해도 관중들은 ‘팀 마스코트’로 착각했다. 하지만 휘슬이 울리자 모든 관중은 눈을 의심했다.
노즈 가드(3인 수비 형태의 중간 수비수) 포지션인 마틴은 상대편 저지선을 뚫고 공을 들고 돌진하는 공격수를 쫓아가 낚아챘다.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지난 21일 신시내티에서 열린 4번째 경기에서는 축구화와 허벅지ㆍ무릎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장당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졌고, 퇴장 판정은 며칠 후 ‘참가 금지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복됐다.
마틴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의 모든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더 이상 저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평범한 소년입니다. 제게 동정을 느끼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꼭 출연하고 싶고요”(데이튼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또 한 지역 방송이 “쇼”라고 폄하하자 곧장 “경기장에 직접 와서 내가 뛰는 모습을 보세요. 당신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겠습니다”라고 맞받았다.
마틴이 오늘과 같은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역시 어머니 덕이었다. 글로리아는 두 다리가 없는 아들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취급했다. 넘어져도 일으켜 주지 않고 두 팔로 모든 것을 대신하도록 했다.
“바비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 볼 수 있도록 돕고, 부끄러워 도망 다니는 아이가 되지 않도록 애썼습니다.”
그는 현재 학교에서 인기 ‘짱’이다.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등하교하고 스케이팅, 볼링, 댄스, 운전에도 능하다.
학교팀 감독인 얼 화이트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마틴의 운동 재능을 눈여겨보고 고교에 진학하자 풋볼과 레슬링을 해 보라고 권유했다. 화이트 감독은 “바비는 남들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지요”라고 말했다.
마틴군은 “제 꿈은 여기(풋볼)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졸업하면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꿈도 키워나갈 작정입니다”라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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