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들이 ‘성매매는 노동’임을 주장하며 국내 최초로 법외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단체협약까지 체결했으나, 단체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경기 평택지역 성매매 여성 220여명은 6일 ‘민주 성노동자 연대(민성노련)’란 이름의 법외노조를 결성하고 80여명의 성매매 업주로 구성된 ‘민주 성산업인 연대’와 28개 조항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노조 전임자 배치 ▦하루 10시간, 월 25일 근무 ▦생리휴가 및 연월차 휴가 보장 ▦초상권 보호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기존 판례를 통해 불법으로 인정된 채무인 ‘성매매를 조건으로 한 선불금’에 대해서도 ‘소득에서 공제하는 방법 등으로 업주에게 반드시 갚는다’는 내용을 협약에 포함시켰다. 이들은 협약 체결 이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노조가입 여부까지 질의해 놓았다.
그러나 이들이 노조를 표방하며 만든 이 단체는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 성매매특별법까지 제정한 정부 및 법 제정을 주도한 여성단체들과 정면 충돌하는 것이어서 합법적 지위를 획득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 현장 여건을 개선하고 성매매 여성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성매매는 엄연한 불법인 데다 여성계와 노동단체 등도 이들의 노조설립 움직임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부 정봉협 권익증진국장은 “불법 노동을 전제로 어떻게 노동조합이 결성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노동조합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 단체가 노조의 지위를 획득하지는 못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성매매가 합법화 해도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이 보호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유럽 등 외국의 경우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며 “설사 노조 지위를 획득하게 되더라도 성매매 여성들이 목표하는 바를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실정법과 국민정서에 비춰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성노동 인정 여부를 놓고 사회적 차원의 공론화가 이뤄진 바는 없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성매매를 노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세”라고 민성노련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경찰관계자도 “성매매 업주와 성매매 여성 모두 불법행위의 주체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맺어진 협약은 효력은 고사하고 ‘단체협약’이란 이름조차 붙일 수 없다”며 “당사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 없이 그 자체로 무효”라고 말했다.
조영숙 한국여성연합 사무총장은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이자 성폭력이기 때문에 아무리 근로환경을 개선해도 소용없다”며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성매매 합법화가 성산업만 번창케 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희영 민성노련 노조위원장은 “성매매를 반대하는 여성단체는 성매매 여성들의 노동환경과 생존에는 무관심한 권력단체”라며 “성매매 여성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주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노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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