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회창 전 총재가 23일 시내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나 오찬을 함께 하며 2시간 넘게 밀담을 나눴다. 두 사람의 회동은 박 대표가 지난해 9월 국가보안법 파동 등 국정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이 전 총재의 옥인동 자택을 방문한 뒤 1년 여 만이다.
이날 오찬은 박 대표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박 대표측은 25일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제안과 청와대 회동 등 현안을 설명하는 자리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은 없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전 총재측도 “국내 현안 뿐 아니라 6자회담 등 국제정세가 민감한 상황에서 두 분이 서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회동이 한나라당 내 차기 대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되는 시점에 이루어져 예사롭지 않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개통식을 기점으로 대선 활동에 박차를 가할 움직임이고, 박 대표도 최근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양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더욱이 노 대통령의 연정 공세,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계재편 가능성도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런 전후 상황으로 볼 때 두 사람이 단순히 덕담을 나눴을 리는 없고 한나라당 내 대선구도를 비롯 정계재편 문제에 이르기까지 민감한 현안들을 깊이 있게 다뤘을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당내 대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이 전총재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박 대표가 비공개로 이 전총재를 만난 것은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 일각에선 10ㆍ26 국회의원 재보선과 관련됐을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박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이 대구 동을에 출마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박 대표가 이 전 총재에게 양해를 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 실장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 전총재의 핵심 브레인으로 역할을 했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