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결정판인 8ㆍ31대책 발표로 강남 재건축단지의 가격 거품이 급속히 걷히고, 강북 소형 평형이 약ㆍ보합세로 돌아서는 등 부동산 시장 전반이 하향 조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책이 주택 분야에 치우친 데다, 대책 발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일부 토지는 반사이익을 받는 등 부동산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 강남 주택
8ㆍ31대책의 주타깃인 강남권 ‘블루칩 아파트’는 미동만 있을 뿐 본격적인 하락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강남의 일반아파트는 여전히 매물이 없고, 다만 초고가 주상복합과 재건축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현대2차 59평형은 지난달 16억7,500만원에서 현재15억8,000만~16억원대로 호가가 하락했다. 9억6,500만원까지 올랐던 삼성동 상아3차 43평형도 지난 주말 9억원 대 매물이 나왔다. 하지만 강남권은 여전히 매물이 극히 적어 아직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강남 재건축과 초고가 단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25평형은 8ㆍ31대책 전 12억2,500만원 하던 매매가가 지난주 11억원으로 1억원 이상 내렸다.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16평형도 5억3,000만원에서 지금은 4억원대로 가격이 떨어졌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79평형은 최근 2억원 내린 19억원 대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압구정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최고 5~10% 정도 내린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올해 워낙 상승 폭이 커서 본격 하락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하지만 시장이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로 옮겨가고 있어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 강북 주택
정부가 8ㆍ31대책에서 강북 뉴타운 2~3개를 묶는 광역개발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해당 지역 집값은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뉴타운 호재가 없는 지역은 약보합세로 돌아서 강북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뉴타운 호재가 있는 노원구 상계동의 불암현대 42평형은 지난해 4억원이던 집값이 한달 사이 2,500만원이 올라 4억2,500만원을 호가한다. 동대문구 이문동 삼성래미안2차 53평형도 중대형 평형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지난달 5억3,000만원에서 이 달에는 5억5,000만원으로 시세가 상승했다.
뉴타운 호재가 없는 단지 중에서도 오르는 곳이 있다. 성동구 금호동 두산 44평형은 지난달 4억2,500만원이었던 집값이 한달 사이 2,500만원 상승해 지금은 4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반면 뉴타운 등의 개발 이슈가 없는 강북 지역의 소형 아파트는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중랑구 신내동 신내6단지 17평형은 지난달 1억100만원이던 매매가가 지금은 9,750만원으로 350만원 하락했다. 도봉구 방학동 벽산1차 24평형도 지난달말 1억2,100만원에서 지난 주 1억1,850만원으로 250만원이 내렸다.
■ 토지·상가
8ㆍ31대책 이후 토지 시장도 전반적으로 위축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주택보다는 충격이 덜한 실정이다. 특히 토지 거래 허가 요건이 대폭 강화하면서 토지 경매와 개발이 가능한 관리지역 등은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
경매제공업체인 지지옥션과 디지털태인 등에 따르면 9월 경매시장의 전국 토지 낙찰가율은 104.81%로 국내 경매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목별 낙찰가율을 보면 농지는 8월 97.3%였던 게 이 달에는 110.1%로 상승했다. 임야도 지난달 105.6%에서 이 달에는 114.3%로 급등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나는 나대지는 지난달 75.3%에서 이 달에는 76.3%로 변동이 없었다.
정부가 8ㆍ31대책에서 공영개발을 확대키로 함에 따라 아파트 개발이 가능한 관리지역 땅이나 택지개발지구내 명의 확정을 앞두고 있는 이주택지는 값이 급등하고 있다. 김포 신곡리, 성모리, 장기도의 땅값이 최고 평당 20만원 정도 올라 100만원을 호가하고, 평택시 노와리, 대산리 등도 시행사들이 부지 매입에 나서면서 임야가 평당 20만~30만원에 육박한다. 상가부지 지분권과 점포겸용 이주자택지도 평균 500만~1,000만원을 웃도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토지와 상가 시장은 대책의 영향을 덜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토지와 상가로 자금이 몰리지 않도록 후속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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