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의 국회 통외통위 회의실은 국정감사장이 아니었다. 여야 의원과 보좌진 100여명이 뒤엉켜 고성과 막말을 해대며 몸싸움을 벌이는 현장은 뒷골목 싸움터나 다름없었다.
이날 충돌은 외교부 국감에 앞서 쌀 협상 비준동의안이 상정될 것이란 소문이 돌자 민노당 의원들이 몰려와 위원장 석을 점거하면서 빚어졌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일단 국감을 하고 쌀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했으나 민노당은 “논의시기를 10월 이후로 못박지 않으면 못 움직인다”고 맞서 외교부 국감은 아예 이루어지지 못했다.
민노당은 “비준안 상정을 온 몸으로 막아냈다”며 의기양양한 분위기다. 농민들을 위해 한 건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합의안 이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 큰 보복조치가 뒤따르는 현실은 어떻게 해결할 지…민노당은 묘안을 갖고 있는 지 의문이다.
더욱이 이날 국감은 6자회담, 북핵 문제 등 중요한 외교현안을 점검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민노당은 마치 쌀 문제가 전부인양 다른 현안들을 외면했다. 또한 민노당 의원 모두가 통외통위 회의실에 합류하는 바람에 행자위, 정무위 등 다른 상임위의 국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들 상임위의 피감기관들은 “민노당의 활약으로 편하게 감사를 마쳤다”고 좋아했다.
결국 여야 의원들은 쌀 비준 동의안을 국감 이후에 상정키로 합의한 뒤 헤어졌다. 사전에 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여당 책임도 있지만 소속 의원들을 총동원하며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간 민노당의 행태는 과거에 많이 보던 구태정치가 아닌가 싶다. 민노당 홈페이지에는 “진보국감을 기대하십시오”라는 대문짝만한 글이 적혀 있다
정치부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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