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인천 중구 북성동 자유공원 내 응봉산 정상. 제헌절인 7월17일, 9ㆍ11테러 4주년인 이 달 11일, 인천상륙작전 55돌인 15일 등 올해 3차례나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둘러싸고 대규모 보혁충돌이 벌어졌던 곳이다.
다툼의 단초가 됐던 5㎙ 높이의 동상은 가을 하늘 아래 여전히 우뚝 서 있었고 공원 안은 평소 주말과 마찬가지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지만 공원 풍경은 사뭇 변했다. 동상을 기점으로 공원 초입까지 길목마다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관이 지키어 있어 삼중 사중의 요새처럼 변했다.
살벌한 분위기는 공원을 통하는 길목도 마찬가지였다. 동인천역 차이나타운 중구청 신포동 등 공원의 출입구 역할을 하는 10여 개의 지점에는 무장한 의경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있었다. 10여명씩 열을 맞춘 의경들도 공원 주변 산책로를 샅샅이 순찰하고 있었다.
경찰은 동상 바로 아래를 기동대 버스 2대로 에워싸 바리케이드로 삼았다. 또 비둘기광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점에도 경력을 대기시킨 기동대 버스 2,3대를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15일 집회 이후 충돌은 없었지만 이 같은 철통 경계가 언제 끝날지는 아직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2개 중대 200여명이 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비둘기광장 앞에는 해병대전우회 로고가 선명히 박힌 승합차 등이 진을 쳤다. ‘반미감정 부추기는 친북좌익세력 척결하자’ ‘자유수호의 선구자 맥아더 장군 만세’ 등 플래카드 10여 개가 바닷바람에 나부꼈다. 부근 상인들은 “집회 이후 정치적인 플래카드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동상 입구엔 ‘민병대’를 자처한 40~60대 해병대전우회 회원 20여명이 군복을 말끔히 차려 입은 채 나란히 도열해 군 경계작전을 방불케 했다. 15일부터 시작된 해병대전우회의 ‘맥아더 동상 지키기 경계 근무’는 전국적으로 순번을 정해 10월말까지 계속된다. 이날은 지난 주 서울지부 ‘동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인천지부 회원 200여명이 비상연락망을 갖추고 동상을 지키고 있었다.
해병대전우회 회원 추정기(57)씨는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빨갱이 XX들 걸리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재향군인회와 월남참전전우회 등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 때문에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공원은 유명세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시민들은 “이 곳에 동상이 있구나” “아직 경찰관이 많네” 라며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멀리 강원 원주시에서 왔다는 회사원 양모(33)씨는 “철거될지도 모른다는데 사진이라도 찍으러 왔다”고 말했다. 공원 관계자는 “외신에 크게 보도됐는지 예전엔 찾지 않던 미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도 많이 보인다”고 전했다.
인천=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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