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 재편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 일본의 총선 때문에 잠시 잠복했던 갈등이 다시 분출하는 양상이다.
협상의 초점은 오키나와(沖繩) 현민의 불만의 표적인 후텐마(普天間) 기지의 이전 문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일본 총리는 22일 관계 장관들에게 주일미군재편 협상을 가속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10월 중 중간보고, 연내 최종보고서 작성을 목표로 미국 및 지방자체단체와의 협의를 재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날 선수를 쳐 일본측 안을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나고(名護)시의 ‘캠프 슈와브’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할 생각이었다.
이는 나고 앞바다에 해상 비행장(활주로 2,500㎙)를 건설한다는 당초 방안을 포기한 것이다. 미일특별행동위원회(SACO)에 의해 결정된 해상 비행장 건설안은 지자체측에서 사용기간(15년) 제한을 요구하고 있고, 환경 훼손이 심하다는 판단에서 포기했다.
이에 대해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측은 ‘캠프 슈아브’로의 이전 방안이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비행 노선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 실탄사격훈련장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미 국방성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지금 기지에 그냥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신 미국측은 나고 앞바다에 축소된 해상 비행장(활주로 1,300㎙)을 건설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 방안은 해상 비행장 건설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주민측이 제안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후텐마 기지를 인근의 가데나(嘉手納)기지로 통합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으나 현지 여건상 실현 가능성은 낮다.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은 오키나와에서 미군 병사에 의한 소녀 폭행 사건이 발생한 후 주민들의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1996년 합의됐다.
2002년부터 본격화한 주일미군재편 논의는 미국 입장에선 9ㆍ11 테러이후 유사시 미군의 대응 능력과 부대의 기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일본측은 차제에 기지 축소 등 미군기지 지원부담을 경감하려는 속셈이어서 난항을 겪어왔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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