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30] 해외 인턴십서 받은 문화충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30] 해외 인턴십서 받은 문화충격

입력
2005.09.24 00:00
0 0

나는 여름방학 두 달 동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체로키 지역에서 인턴십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느낀 것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처음에 맥도널드 매장에서 인턴과정을 했는데 같이 일하던 친구들 중에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인도네시아나 자메이카, 폴란드인이 많아 적잖이 실망을 했다. 전 세계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문화교류 프로그램인 만큼 선진국 친구들을 사귀고 영어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따위 편견은 금세 깨졌다. 이들은 영어를 상당한 수준으로 구사했으며,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친구도 있었다. 중진국 이상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에서 산다는 은근한 자부심으로 그들을 깔보던 내가 영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부끄러워졌다.

한 친구는 한국말을 몇 마디 알려줬더니 금세 응용하여 적절한 표현을 하는데 탄성이 절로 나왔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이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으며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든 적당히 굳어진 얼굴로 묵묵히 하는 게 보통인 데, 이들은 천성인 듯 밝은 얼굴로 빠른 박자의 음악을 틀어놓은 듯 정신없이 일을 한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일이 끝난 후에 여가를 확실히 즐기는 것을 보면서, 이들에게는 일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닌 ‘자신의 생활’을 위한 것임을 느꼈다.

그들이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 좋은 일이 있느냐?” “화난 얼굴인데 웬일이냐?”라고 자주 물어올 때마다 답변이 궁해 우물쭈물 거릴 수밖에 없었다.

감정적인 표현도 솔직담백하고 유쾌한 표정으로 무엇을 하든지 자신감 있고 떳떳한 자세로 임하는 것을 보며, 속으로 ‘이것이 바로 문화적 충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혹시 우리보다 후진국 사람들을 바라볼 때 돼먹지 않은 ‘엘리트 의식’이 앞서지 않나 반성도 했다.

과거 친구들이 외국 여행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내 나라도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무슨 해외냐?’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는데, 막상 내가 나가보니 짧은 기간이지만 느끼는 바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처음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인턴십 과정이 흘러갔지만 오히려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경험함으로써 나를 더욱 단련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하루 16시간 일을 할 때의 육체적인 피곤함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 것은 고정관념과 편견의 탈피였다.

권세욱(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3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