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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스캔들 伊 중앙銀 총재 버티기/ 총리까지 나서 고사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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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스캔들 伊 중앙銀 총재 버티기/ 총리까지 나서 고사작전

입력
2005.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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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스캔들에 휩싸인 안토니오 파지오(69) 중앙은행 총재의 진퇴문제를 놓고 이탈리아 정국이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파지오 총재의 사퇴를 요구해온 도메니코 시니스칼코(51) 재무장관은 22일 사표를 내던졌다. 그는 이에 앞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만나 파지오 총재가 물러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불만을 폭발시킨 것이다.

파지오 총재는 지난 여름 안톤베네타 은행 인수전이 한창일 때 외국계 은행 대신 자신의 친구가 행장인 포폴라레이탈리아나(BPI) 은행이 인수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폭로됐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당국의 도청테이프가 언론에 공개된 뒤에는 사퇴압력이 고조돼 왔다.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중 가장 큰 폭의 재정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가 엉망인데, 중앙은행 총재가 부적절한 행동을 벌여 국가신인도가 더 추락하게 생겼다는 비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도 파지오 총재는 끄떡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이탈리아의 중앙은행 총재는 종신직인데다,‘유로권 정부는 그 나라 중앙은행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조항을 내세우고 있는 것.

더욱이 이탈리아 집권 연정에 참가한 극우보수정당 북부동맹이 그를 전폭 지지하고 있다. 유럽통합보다 국가주의를 신봉하는 그는 1993년 취임 이후 정부가 적극 추진했던 유럽통화동맹(EMU)과 유로 출범을 반대해 사사건건 정부와 부딪혔다. 이 같은 노선이 북부동맹의 마음에 들었고,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그 눈치를 보느라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도청 스캔들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공개적인 비난을 자제하던 정부 관료들도‘파지오 잡기’에 나섰다. 수사 당국의 테이프가 언론에 흘러 들어간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시니스칼코 전 장관은 지난달 중앙 은행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정했다. 이어 깜짝 사퇴 카드를 던져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22일 뒤늦게“파지오 총재를 중앙은행 총재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은 국제 사회의 신뢰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그는 이어 후임 재무장관으로 줄리오 트레몬티 부총리를 임명했다. 그는 시니스칼코 전 장관에 앞서 파지오 총재와의 파워 게임을 벌이다 쫓겨난 인물이어서 강도 높은 복수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떨어진 뒤 정파와의 연대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유지해왔으나, 거꾸로 정부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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