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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누가 허리케인을 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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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누가 허리케인을 키웠나

입력
2005.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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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리타의 상륙으로 미국은 공포에 빠졌고, 석유값이 폭등하는 등 경제적 연쇄 반응이 전세계를 휘감고 있다. 불과 3주 전 뉴올리언스를 폐허로 만들어버린 카트리나의 파괴력을 경험하고 난 다음이라 미국인들의 공포나 국제사회의 관심은 훨씬 더 커졌다. 연속되는 재앙에서 찾아 읽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일까.

철학자 윌 듀란트는 “문명은 대자연의 승인 아래서만 존재한다”고 서술했다. 허리케인을 피해 도망치는 대탈주 행렬을 보면서 듀란트의 지적에 공감하게 된다. 허리케인이라는 게 그저 리듬이 약간 증폭된 지구의 호흡 정도가 아닌가. 그럼에도 인류 역사상 어떤 제국도 가져보지 못한 기술과 부를 누리고 있는 세계 초강대국이 이렇게 전전긍긍한다.

●초강국 국민들의 대탈주

뉴올리언스의 대재앙이 지나간 후 미국사회를 뒤흔든 논란은 재난관리 실패의 책임 소재였다. 미국의 자만심과 일방주의가 미웠던 탓인지 국제사회는 무질서와 약탈, 대피와 구조에서 소외된 흑인들의 차별 받는 모습을 강조하며 미국을 '제3세계 수준'이라고 절하하는 데 열을 올렸다.

어쨌거나 모두가 인재(人災)에 초점을 맞췄다. 맞는 지적이다. 제방을 더 두텁고 높게 쌓았다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전문가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였다면, 시정부가 더 신속히 주민을 대피시켰다면 도시가 물속에 잠기지도 않았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허리케인의 파괴력을 키운 주범이 지구온난화가 아니냐는 또 다른 인재(人災) 논쟁이 거세지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허리케인이 진행하는 바다의 수온이 높을수록 폭풍의 위력은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지구온난화의 혐의는 더욱 굳어지고 있다. 근래 우리나라를 향하는 태풍도 더 위력적이고, 더 깊숙이 한반도를 유린한다는 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 그 재앙의 씨앗을 생각해보자. 지구는 확실히 더워지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0.6도 상승했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기온과 주변 바다 수온은 훨씬 더 높아졌다. 그 원인은 인류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대량 소비하면서 대기 중에 방출한 탄산가스(이산화탄소)가 축적되어 온실효과를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 과학적 합의다.

탄산가스 배출량이 너무 방대하여 지구상에 있는 그 많은 나무도, 그 넓은 바다도 이를 다 흡수하지 못한다. 게다가 세계의 숲은 개발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1958년 하와이에서 처음 측정했을 때 315ppm이었던 탄산가스 농도가 45년 후인 지금 370ppm을 훌쩍 넘어섰다.

과학자들은 남극 만년설의 기포 분석을 통해 과거 수십 만년 동안 일어난 기후변동과 탄산가스의 증감이 거의 일치했으며, 과거 16만년 간 지금만큼 탄산가스 농도가 높은 적이 없었음을 확인해냈다. 여기서 영화 '투모로우'가 연상되는 오싹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유엔산하 공식기구는 2100년까지 지구평균 기온이 최고 섭씨 5.8도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온난화는 그냥 단순히 날씨만 더워지는 게 아니다. 빙하가 줄줄 녹고 태풍은 더욱 난폭해지고 사막은 늘어나고 생태계는 아우성치는 지금의 상태가 겨우 0.6도의 변화 결과라고 한다.

그러니 5.8도가 오른다면 인류 문명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린랜드 빙하가 다 녹으면 바다 수위는 지금보다 7m가, 남극빙하가 다 녹으면 70여m나 상승한다. 그 10%만 현실화해도 문명에 대한 승인 취소가 될지 모른다.

●온난화 다시 생각할 때

흔히 ‘자연의 보복’이라는 말을 쓰지만, 보복에는 인간성이 있다. 반성하고 뉘우치면 봐줄 가능성 말이다. 그러나 어느 SF작가의 표현 대로 “자연은 보복하지 않고 반응할 뿐이다. 자연은 인간 따위엔 관심이 없다.” 허리케인을 피해 도망치는 미국인들의 대탈주극에서 바로 자연을 낭비한 인류의 미래 모습을 보는 것은 아닌가. 현재의 문명 유지 방식을 겸허히 반성해 볼 때다.

김수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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