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6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2004년 국민 총 진료비 중 건강보험 급여율은 61.3%, 환자가 부담한 비율은 38.7%로, 그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멕시코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망 1순위인 암 환자 등 중증 질환자의 보장률은 50%에도 못 미쳐, 고액의 진료비 부담 때문에 가계가 파탄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다행히 정부는 9월부터 3대 중증 질환인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에 대한 급여율을 64.4%로 올렸고, 2007년에는 75%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2006년부터는 모든 입원환자의 식대를 보험 적용하고, 2007년부터는 보험 적용이 되는 기준병실도 늘린다고 한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 수준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는 조치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 진료비 부담이 컸던 중증 질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보장 범위가 미흡하고 구체적 실현 수단이 부족하다.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에 대해 모두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처럼 발표됐으나 심장과 뇌혈관 질환의 경우 개심 수술이나 개두 수술의 경우이며, 이에 해당하는 환자는 심장 질환자의 5.3%, 뇌혈관 질환자의 0.6%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 이번 조치로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환자는 암 환자뿐인 셈이다. 또한, 내년부터 보험 적용이 확대되는 기준 병실의 규모나 보험 수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더욱이, 중증 질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선택 진료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병원 측이 중증 질환자에게 흔히 요구하는 선택 진료비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진료비 경감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정부가 여전히 의료 공급자의 입장을 의식한다는 반증이다. 선택 진료비 제도는 이름뿐이며 사실상 환자의 선택권이 없으므로 마땅히 폐지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보다 실질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려되는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도입 문제이다. 설령,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이 시대적 흐름이라 해도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우선순위일 것이다. 정부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윤원일 경복대 경영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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