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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저기 북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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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저기 북이 지나간다

입력
2005.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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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영어식 표현으로는 ‘고양이 껍질을 벗기는 방법은 많다’고 하는 모양이다. 털옷과 귀마개를 만드는 데 쓰는 토끼 가죽도 아니고, 대체 고양이 가죽을 어디에 쓴다고 그런 속담이 생겨났을까.

또 이탈리아 속담에 ‘바람이 불면 고양이가 죽는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람과 고양이가 무슨 상관이냐니까, 바람이 많이 불면 먼지가 떠다니고, 먼지가 떠다니면 눈병을 앓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장님도 생겨날 것이고, 그 장님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안마사를 할 것이고, 안마사를 하자면 예전 우리나라 장님 안마사들이 피리를 불며 골목을 다녔듯이 그 나라 안마사들도 자신이 지금 동네를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북을 울려야 할 것인데, 그 북을 바로 고양이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왜 하필 고양이 가죽이냐니까 북소리의 파장 폭이 다른 가죽보다 작아 크게 울리든 작게 울리든 멀리까지 들려서라고 했다. 어떤 일에도 연쇄 반응이 있다는 뜻인데 나는 고양이 가죽 얘기만 신기하게 들렸다. 그 다음부터 온 동네 고양이가 등에 작은북 하나씩 짊어지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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