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심 좋은 소설가 이현수씨가 장편소설을 냈다. “흥을 먹고 태에 사는”, 이 시대 마지막 기생들의 이야기, ‘신기생뎐’이다. 단숨에 읽히고, 되펼쳐 읽고싶도록 재미있다. 질척한 한숨 시큰한 슬픔이 있고, 푸진 웃음과 배린 울림이 있다.
이야기는 반 백년을 부엌어멈으로 살며 호남 제일의 기생집 ‘부용각’을 일군 기방(妓房)의 카리스마 ‘타박네’와 8살에 권번에 든 이래 그와 함께 기생집을 전전해 온, 정(情)에 무른 소리기생 ‘오마담’이 이끈다.
-그만큼 당했으마 정신을 차려야제 한 놈 갔나 싶으마 또 한 놈 오고. 물간 생선에 끓는 건 똥파리밖에 없다드만.(타박네)
-성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는 밥 없이는 살아도 사랑 없인 못 사요.(오마담)
그리고 부용각 일패기생의 꿈을 안고 찾아 든, “뼈가 자라기도 전에 뼈가 시린 느낌부터 익힌” 춤기생 ‘미스민’이 있다. 타박네가 미스민에게 하는 말. “몸 따로 마음 따로.…오마담처럼 몸 가는 데 세트로 마음꺼정 따라가마 끝장나는 기다. 알것쟈?” ‘몸 따로 마음 따로’는 ‘제비’의 철칙.
오마담의 기둥서방으로 부용각을 노리는 ‘김사장’은 오마담에게 엎어지려는 마음이 생길 때마다 “(제비가)정 주면 쪽 팔릴 일만 남는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오마담의 소리와 자태에 반해 마름으로 눌러 앉은 ‘박기사’의 혹독한 사랑 이야기도 있다. “땅 위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지. 영화나 소설 속에서처럼 리얼리티가 심각하게 결여될 때에만 사랑은 그 이름값으로 간신히 아름답네.”
정인을 두고 딴 남자의 품에 들 수 없어 바다에 든 기생이 있는가 하면, 오마담 처럼 아무 남자든 품지만 단 한 남자만은 품을 수 없는 순정도 있다. 그 오마담과 박기사의 슬픈 사랑과, 부용각에 얽힌 타박네의 한과 비원(悲願)도 찡한 여운을 남긴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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