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식량자급률이 사상 최저인 26.8%까지 떨어지자 식량 안보를 위해 정부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제시한 것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농민단체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는 측면에서 법령에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명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법제화에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또 일부 연구기관은 자급률 달성에 투입될 막대한 비용과 농산물 시장 개방을 이유로 자급률 목표 자체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다.
농민단체는 2003년 곡물가격이 급등했을 때 우리나라가 밀, 콩, 옥수수 등 1,411만 톤의 양곡을 수입하기 위해 2조5,000억원을 부담했던 것 등을 감안하면 국가 차원에서 최소한의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반드시 설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세계 곡물재고의 급감과 국제 곡물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심화, 식량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식량자급률 목표를 법령에 명문화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도 자급률을 끌어올리는데 막대한 비용과 자원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26.8%까지 하락한 곡물자급률을 일본이 정한 자급률 목표치(30%)까지 끌어 올리는데 최대 1조5,000억원의 비용이 든다.
곡물 자급률을 1%포인트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연간 20만 톤의 곡물을 추가로 생산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콩을 20만 톤 추가 생산할 경우 생산비와 국내외 가격 차 등을 감안할 경우 총 4,997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콩의 증산을 통해 자급률을 3%포인트 높이려면 1조5,000억원 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또 자급률 1%포인트 상승에 1,539억원이 필요한 밀의 증산을 통한 30% 달성에는 약 4,600억원이 필요하고, 옥수수(1%포인트에 1,298억원)를 통한 목표치 달성에는 4,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지출돼야 한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보다 자급률 제고에 최대 걸림돌은 한정된 토지 자원이다. 밀을 60만톤 추가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여의도 면적의 716배인 약 20만㏊의 농지가 추가로 필요하다. 옥수수의 경우 밀의 절반인 약 10만㏊의 농지가 확보돼야 한다. 지난해 집과 공장을 짓기 위해 전용된 농지가 1만5,000㏊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식량증산을 위한 농지전용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농림부는 이밖에도 식량자급률 목표치와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수단 등을 법제화할 경우 막대한 비용 부담 뿐 아니라 농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곤란해진다는 점도 꼽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량자급 목표치(2010년까지 곡물기준 30%)를 설정한 일본도 실제 자급률은 27~28%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할 경우 곡물 기준으로 할 것인지, 모든 식품을 포괄하는 열량 기준으로 할 것인지도 무시할 수 없는 기술적 문제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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