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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북핵, 더 중요해진 한국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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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북핵, 더 중요해진 한국 역할

입력
2005.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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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회담 참가국들은 9월 19일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6자 회담의 틀을 살려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간 제2차 북 핵 위기가 대화와 협상을 위한 안정된 틀이 없이 불안하게 진행되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문제가 더 이상 악화하는 것을 관리ㆍ방지할 수단은 확보한 셈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번 6자 회담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평가는 여기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6자 회담을 살리는 것 이외의 다른 내용들은 상당히 외교적이고 모호한 수사로서 장식된 원칙의 선언뿐이기 때문이다.

즉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한다는 원칙을 밝혔고,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였는데, 그 원칙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느냐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런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6자 공동성명‘원칙 선언’ 불과

이번 공동성명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할 “조속한 시일”이 언제를 의미하며,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할 “적절한 시기”가 언제인가와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실 동시 행동이냐 선 핵 폐기냐를 둘러싼 오래된 북미 간 갈등의 재판에 지나지 않는다.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 북한은 경수로를 지어줄 때까지 핵 포기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북한만이 핵 포기를 먼저 하고 무장해제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역시 북미 간에 존재하는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불신이 그 동안 약 3년간 미ㆍ북 간의 협상을 공전시킨 것이었는데 이제 4차 6자 회담에서 몇 번 만나서 그러한 불신을 일거에 해소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6자 회담 당사국, 특히 한국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북 핵 문제를 관리하는 6자 회담의 틀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당장 시급한 경제적 지원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막을 수 있고, 미국도 중동 이외의 추가적인 안보적, 외교적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려운 과제는 북한의 핵 포기를 미국과 북한 간에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도해 내는 것이다. 이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NPT복귀는 상당히 지연될 것이고, 복귀하더라도 핵 사찰과 포기의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챙기면서 한국과 미국의 정권 교체기가 될 2~3년을 뚜렷한 성과 없이 소비할 수 있다.

아마도 북한은 미국이 요구해 왔던 핵 포기 선언을 하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동시행동 원칙과 경수로, 혹은 유사한 북미 간 신뢰 구축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올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이미 과거에 여러 번 시도하였던 동결, 사찰, 폐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북ㆍ미 간 수교 협상의 단계에 적절히 대응하는 동시행동의 순서와 범위 및 내용을 원만하게 합의해 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평화 체제와 관련된 협상, 그리고 북ㆍ일 수교 협상, 남북한의 교류ㆍ협력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하여야 할 것이다. 그 모든 협상과 협력이 밀접히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ㆍ미 수교 협상 유도해 가야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과 미국이 관계 정상화를 이루어낼 때까지는 절대로 북 핵 문제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궁극적으로 북ㆍ미 수교가 가장 안전한 정권 안보의 방법이라고 보고 있으며 그 가능성 여하에 따라 핵 포기의 진지한 고려를 연동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 핵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진입하는 북ㆍ미 수교 협상으로의 길을 터 나가야 할 것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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