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ㆍ31 부동산 정책 입안을 주도했던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농지 수백 평을 구입한 뒤 전혀 농사를 짓지 않아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BS는 22일 9시 뉴스를 통해 정 보좌관이 1997년 2월 교수 재직 시절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의 국도변 농지 680여평을 부인 배모씨 명의로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97년 당시 이 농지는 토지거래 허가구역이어서 정 보좌관은 매입 당시 재배 작물, 농기계 구입 등의 영농 계획을 명기한 토지거래신청서를 제출, 관할 관청으로부터 실수요자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정 보좌관은 구입 후 농사를 짓지 않았고, 현재 문제의 농지는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풀이 우거져 있다.
근남면사무소 관계자는 “농지 구입 후 방치했다면 명백한 농지법 위반”이라며 “관련 법률에 따라 농지처분 명령을 내리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보좌관의 땅 매입 2년 뒤인 99년부터 문제의 농지 인근 43번 국도 확·포장 공사가 시작됐고, 지난해부터는 왕복 4차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농지의 가격은 정 보좌관의 매입 금액에 비해 3~4배 오른 평당 15만~20만원을 호가하고 있어서 1억원 가량의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다.
정 보좌관은 “우연한 기회에 철원 지역을 둘러보러 갔다가 평당 5만원 가량에 땅을 샀으나 투기는 아니다”며 “땅을 산 뒤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보좌관은 “당시 부동산 거래를 대행하는 사람이 영농계획 등을 작성한 모양”이라며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되고 관할 관청이 땅에 대한 법적 조치를 내린다면 공직자로서 당연히 따라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월 정 보좌관 임명 당시 철원 땅 구입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영농 계획 실행 문제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 점검한 뒤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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