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복지 정책인 기초생활보장수급제와 건강보험제도에 구멍이 숭숭 나있다. 소득이 높은데도 복지 혜택을 받는가 하면, 정작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빈곤층은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모 재벌 총수의 부인은 연간 배당소득이 75억원이 넘지만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이자소득 등이 33억원에 이르는 한 공무원의 부친도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는 것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기준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피부양자 인정기준 고시에는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경우 사업ㆍ임대소득이 연간 500만원 이하인자’로 한정해 이자 및 배당소득은 제외하고 있다.
이렇게 소득이 있으면서도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80만 명이며, 이중 1,700명은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렸다. 반면 사업자 등록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간 500만원 소득도 얻지 못하는 8만 여명은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으니 이런 불공평한 제도가 어디 있을까 싶다.
빈곤층의 생계지원을 위한 기초생활 보장제도는 더욱 한심스럽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본인이나 가족의 금융자산이 1억원 이상 되는 재력가가 1,000명이 넘을 뿐 아니라 지난 5년간 8만 여명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쯤 되면 소득검증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작 울화통이 터지는 것은 실제 지원을 받아야 할 빈곤층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선정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단전ㆍ단수 및 가스공급 중단 가구의 92.5%인 4만3,778가구가 급여지원 불가 판정을 받았다. 물도 나오지 않고 전기와 가스가 끊긴 집에서 산다는 것은 그저 목숨만 부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들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으면서 도대체 누구를 돕는다는 것인가.
복지혜택은 국민들에게 꼭 세금을 많이 거둬야만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제도를 올바르게만 운영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컨대 고액의 소득을 올리는 건강보험 피부양자에게 보험료를 징수하면 수십만의 저소득층에 보험료 면제혜택을 줄 수 있다. 빈곤층 생계 보장 재원 마련을 고민하기에 앞서 복지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면적인 실태조사부터 벌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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