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본이 점령한 인수ㆍ합병(M&A) 시장을 탈환하라.’ 최근 사모투자펀드(PEF) 설립이 활발해지는 등 토종자본의 기반이 탄탄해지면서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자본에 완전히 넘어간 M&A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등록을 완료한 PEF는 총 10개, 출자약정금액은 2조4,093억원이다. 기업은행과 KTB가 5월말 PEF 등록을 마친 이후 3개월 동안 신규 등록이 전혀 없었으나, 이달 들어 보고PEF 신한PEF MBK파트너스PEF 등이 등록을 완료했다.
앞으로도 칸서스 미래에셋 H&Q 우리은행 등이 늦어도 내달 안에 등록을 마칠 예정이어서 PEF 총 출자약정규모는 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외국계 자본이 투자한 PEF도 일부 있지만, 절대 다수는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로 조성됐다.
그 동안 주식 및 채권투자에 주력했던 군인공제회와 교직원공제회도 M&A시장에 뛰어들었다. 김승광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지난달 말 기업설명회에서 “대우건설과 하이닉스 등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인수전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군인공제회는 2년 전 금호타이어를 2,500억원에 인수했다가 이달 초 매각, 1,600억원의 대규모 차익을 거뒀다. 2001년 117억원에 인수한 한국캐피탈의 지분가치도 985억원에 달한다.
교직원공제회도 진로 인수를 추진 중인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에 5,10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제회는 매년 기금의 8% 가량을 회원들에게 배분하고 있다”면서 “저금리 시대에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만으로는 이렇게 높은 수준의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다소 위험하지만 고수익을 낼 수 있는 M&A시장에 뛰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PEF와 공제회 등 ‘큰손’ 외에 일반 기업과 종교재단도 M&A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한전선은 향후 본격화할 ‘기업 사냥전’에 대비, 28일까지 1,600억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할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무주리조트를 인수해 정상화했고 진로채권에 투자해 3,300억원의 차익을 남긴 경험이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주력해 온 통일교재단도 올해 초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일화를 다시 인수했고 5월께 한국와콤전자를 인수했다가 현원에 매각, 며칠 새 27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처럼 다양한 토종자본들이 M&A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자본규모가 영세한데다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과거 부실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증시 호황과 맞물려 천문학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건설 등의 매각 방침이 토종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면서 외국자본과 한번 겨뤄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 PEF팀의 이병렬 부장은 “정부가 과거와는 달리 부실기업 매각 과정에서 가격을 최우선 조건으로 보지 않고 고용 보장, 우리사주 참여 가능성 등을 고려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면서 “토종자본이 연합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외국자본과 겨뤄볼 만하다”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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