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물이 차는 폐 부종 증세로 한 달 만에 재입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23일 면회를 모두 사절한 채 치료를 받고 있지만 입원이 길어질 전망이다.
김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 11시30분께 급작스러운 호흡곤란과 탈진 증세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병세는 전날보다 호전됐지만 현재 극심한 식욕부진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82세라는 고령을 감안할 때 입원기간은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의료진의 중론이다.
김 전 대통령측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지난 밤에 숙면을 취했으며 의료진은 병세가 호전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면회가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지만 진찰 중이어서 사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다리에 힘이 많이 빠진 상태라 걸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입원하기 위해 자택 서재에서 현관까지는 걸어서 나왔지만 승용차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온 뒤에는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링거로 영양을 공급받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은 이 날도 전복죽 조차 먹지 못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숨쉬기도 어려워 특수한 호흡기를 달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번 입원 때 완쾌되지 않은 상태로 퇴원해 몸에 무리가 갔을 수 있다”며 “폐 부종으로 재입원한 만큼 입원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폐렴과 당뇨병에다 투석(透析)치료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태라 자칫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걱정이다.
현재 김 전 대통령의 전 주치의인 장석일(성애병원 원장) 박사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와서 김 전 대통령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고, 신촌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가 치료를 맡고 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남궁 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이날 오후 4시30분께 병실을 찾았으나 김 전 대통령을 면회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경환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쾌유를 바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 안주섭 전 경호실장, 동교동계 출신 윤철상 전 의원 등도 병원을 다녀갔다.
김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병원 신관 병동 20층 VIP병실에는 통제선이 설치돼 있고, 보안요원 2명이 일반인과 취재진 출입을 막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내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되는 국제도서전에 공식 초청을 받았으나 장시간 비행기 탑승은 곤란하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독일 방문을 취소하는 등 향후 공식일정을 전혀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의 건강악화로 방북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김 전 대통령은 ‘8ㆍ15 민족대축전’에 참가했던 북측 대표단으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북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이를 수락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도청 파문이 불거진 뒤 지난 달 폐렴 증세로 입원, 12일간 치료를 받고 퇴원한 바 있다. 지난 5일에는 ‘김대중 컨벤션센터’ 개관식 참석차 1박 2일간 광주를 방문하는 등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