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에 다니는 김후영(35ㆍ가명)씨는 이달 초 서울 평창동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저택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가정집을 개조한 예식장이어서 하객이라야 130명 정도만 참석할 수 있는 곳이었다.
결국 하객은 신랑 신부의 직계 가족과 가장 친한 친구 위주로 60명 내외만 초대해야 했다. 예비 신랑 신부는 간소한 선물 외에는 축의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잘 나가는 금융계 임원인 아들을 위해 그 간 이런 저런 예식에 빠지지 않았던 부모는 펄쩍 뛰었다. 그러나 결심은 확고했다.
“결혼이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잖아요. 두 사람의 소중한 출발을 알리는 자리인데 돈 봉투 들고 와서는 예식은 보지도 않고 훌쩍 가버리는 사람들까지 초대할 필요가 있나요?”
결혼 평균 연령이 갈수록 늦춰지면서 결혼문화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결혼식 및 예물 구입에 당사자들의 입김이 커졌다는 것이다. ‘결혼은 둘이 해도 결혼식의 주체는 부모 혹은 가문’이라던 속설이 사그라지고 있다.
‘정말 축하해 줄 사람만 모인 홈 웨딩’이라는 목표를 잡자, 요일도 큰 문제가 아니다. 결혼식은 평일 저녁 7시. 굳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결혼을 해서 타인의 휴일을 방해하지 말자는 의도다. 폐백도 없앴다.
결혼 케이크 안에는 ‘행운의 알사탕’을 넣어둬 참석자들과 함께 케이크를 나눠 먹다가 알사탕을 발견한 사람에겐 간단한 선물 증정식도 가졌다.
하객에게 직접 샴페인을 따라 나눠 줬고 세 시간 남짓의 결혼 파티가 끝나고 돌아가는 사람 모두를 직접 배웅했다. 김씨는 “하객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자리여서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말한다. 아들의 결정에 걱정이 많았던 부모님도 끝내는 흡족해 했다.
다음달 결혼하는 중소 기업체 영업 사원 김두훈(34)씨는 최근 약혼녀와 함께 40만원대 커플 시계를 구입했다.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시계 서너 개는 더 살 수 있을 정도로 각자 두둑하게 구입 자금을 받았지만 값비싼 ‘금딱지’ 시계를 살 생각은 아예 없었다. 부모님께는 “(주신 돈에 맞춰) 적당한 것으로 샀다”고 말했다.
“예물 시계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딱딱해 보여요. 가끔 값비싼 예물 시계 차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지만 관리를 못해서 스크래치 난 걸 그대로 두는 걸 보면 좋아 보이지도 않고요.
차라리 개성 표현도 하고 나머지 돈으로는 결혼 생활에 좀 나태해질 때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에서 재구매하자고 약혼녀와 합의했어요.”
롯데백화점 명동점의 시계 편집 매장인 갤러리 어클락의 이준선 매니저는 “전에는 예물 시계를 구입할 때 시모나 장모가 함께 다녔는데 요즘은 커플이 와서 바로 구매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확실히 시계는 이제 패션 아이템이 된 것 같아요. 예물 시계 사는 커플들 보면 보통 40만~70만원선으로 저렴하면서 디자인이 독특한 것을 찾거든요. 커플 시계라도 똑 같은 디자인을 고르는 게 아니라, 신랑 신부가 각자 원하는 모양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특색이죠. ”
결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다이아몬드 반지 구입 형태도 많이 바뀌었다.
불과 3~4년전만 해도 반지 목걸이 귀걸이로 구성되는 세트 개념이 강했지만 최근엔 커플링으로 대체하거나, 하더라도 세트가 아닌 ‘반지 한 개만 큰 것으로’ 바뀌는 추세다. 패션 감각을 살리든지, 어려울 때 손쉽게 현금화 하는 등 실속을 극대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계산이다.
보석 브랜드 프레드 홍보 담당 이정민씨는 “요즘 혼인 연령이 늦어지고 직장 생활을 많이 해 자기 주관이 뚜렷해서인지 예물도 형식 보다는 실질적인 것들을 선호한다”면서 “부모의 뜻에 맞춰 마지못해 하는 혼례 문화가 만혼 풍조 때문에 상당 부분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만혼 신부 귀엽게 변신하자
‘만혼의 신부일수록 머리 모양은 귀엽고 깜찍하게 하라’
웨딩드레스에는 목덜미를 살짝 드러낸 고전적인 올림머리가 제격이라고 단정짓지 말자. 올 가을 신부들은 좀 더 대범해질 모양이다. 마샬뷰티살롱과 마샬웨딩프라자가 제안하는 올 가을 웨딩 헤어 트렌드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늦은 결혼이 많아짐에 따라 예전의 심플한 머리 모양 보다는 최대한 어려보이거나 신비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신부들의 바람이 반영돼 있다.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우면서 귀여운 느낌이 강조된 머리 모양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 귀여운 신부
이마를 살짝 가린 앞머리와 자연스럽게 곱슬거리며 가슴께 까지 늘인 애교머리가 귀엽고 발랄한 신부를 연출해 준다.
머리 위쪽은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볼륨을 주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넓게 나눠 잡아 올려서 입체감과 자연스러움을 표현한다. 얼굴을 갸름하게 보이는 효과도 있다.
♡ 우아한 신부
오드리 햅번 스타일.
앞머리는 짧고 단정하게 볼륨을 주며 정돈했고 뒷부분은 소라고동처럼 땋아 올렸다.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스타일로 얼굴이 달걀형이거나 작은 신부에게 어울린다. 깔끔한 스타일의 드레스와 함께 연출하면 금상첨화.
♡ 낭만 신부
앞머리는 느슨하게 땋아서 자연스럽게 옆으로 넘기고 옆선은 볼륨을 살려서 옆 목라인을 가늘게 보이도록 정리했다.
멋을 내지않은듯한 자연스러움을 전달하는 것이 포인트. 평소 앞머리가 뱅스타일이 아닌 경우 활용할 수 있다. 글래머 스타일의 신부에게 잘 어울리지만 키가 작은 신부는 피하는 게 좋다.
■ 아트브라이덜 안경자 대표
“오래 전 친구가 결혼식에 가면서 ‘(돈)봉투만 주고 올게’하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어요. 하객으로 갔던 결혼식에서는 옆에 서있던 신랑 친구가 ‘나는 (결혼할 때) 얼마 벌었다’ 식의 말을 해서 또 황당했지요. 축의금 문화는 좋지만 결혼식이 손익 계산서가 되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국내서는 드물게 보는 하우스웨딩업체 아트브라이덜 안경자 대표는 ‘한국이 다른 부분은 다 선진국인데 결혼 문화 만큼은 여전히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인생의 새 출발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을 축복하는 자리 치고는 예식장이 너무 번잡하고 하객들도 예의를 갖추기 보다는 남의 잔치 구경하는 자세로 일관한다는 것. “주례사가 시작되자 마자 ‘1분만 하고 끝내면 안되나?’며 킥킥 거리는 하객들을 볼 때면 웬지 입맛이 썼다”고 안 대표는 말한다. 결혼식은 좀 더 소규모로, 뜻 깊게 치러져야 한다는 생각은 그를 웨딩 사업으로 이끌었다.
“모두들 웨딩 사업으로 돈 벌려면 강남에다 웨딩 하우스를 지어야 한다더군요. 그러나 제 생각은 달랐어요. 귀한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해 벌이는 우리 선조들의 결혼 문화야 말로 정답이라고 생각했지요.”
사계절을 다 담아내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위치한 평창동 저택(착석 인원 134명 규모)은 그런 의미에서 예식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뜻 깊은 예식을 위해 그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정원에서 식을 치른 부부는 피로연장에서 음식과 게임 등 각종 놀이를 하객과 함께 즐긴다, 부부는 모든 하객을 최후까지 함께 배웅한다, 폐백은 식과 피로연이 다 끝난 뒤 가족끼리만 한다 등.
“결혼식이 다 그렇지 뭐, 라고 체념하면 웨딩 문화는 바뀌지 않습니다. 더 감동적이고 배려가 있는 예식을 요구하는 소리가 자꾸 높아져야 변화가 오지요. 하우스 웨딩이 그런 변화의 시초가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안 대표는 재일 교포로 일본 오사카에서도 대규모 식당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트브라이덜은 결혼식 외에 파티 사교모임 패션쇼 각종 기업 행사 때 임대도 가능하다. (02)3217-5518
이성희기자
■ 신혼 첫날밤 이곳으로 오세요
결혼식을 마치고 서울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신혼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이미 정착된 첫날밤 문화. 결혼식에 지친 몸을 쉴 수 있고, 요란한 신부 화장을 뒤집어 쓴 채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된다. 특급 호텔들이 가을 허니문 시즌을 맞아 풍성한 허니문 패키지를 내놓았다.
▲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와인 1병 과일 초콜릿 서비스, 피트니스 클럽 무료 이용, 가라오케 50% 할인, 신혼여행용 화장품 세트 제공, 디럭스 룸 23만원, 주니어 스위트 27만원 (02)559-7777
▲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와인 1병 과일 초콜릿 서비스, 피트니스 클럽 무료 이용, 가라오케 50% 할인, 신혼 여행용 화장품 세트 제공, 수페리어 룸 21만원, 코너 스위트 30만원 (02)559-7777
▲ W호텔 미디어룸 1박, 조식, 샴페인 제공, 스파에서 페퍼민트 풋 랩 서비스, 풍선 초 파티모자 등 파티 용품 제공, 수영65-2222장 피트니스 센터 무료, 58만2,000원, 공항까지 레드 재규어 웨딩카 서비스 8만원 추가 (02)465-2222
▲ 서울신라 수영장 사우나 체련실 무료, 여행 화장품 세트 허니문 케이크 선물, 디럭스 룸 23만원, 조식 포함 27만원, 조식 겔랑스파 포함 39만원, 스위트룸 75만원(02)2230-3310
▲ 그랜드 하얏트 서울 한강 전망 디럭스 룸 숙박, 풍선 장미꽃잎 로맨틱 장식, 와인 혹은 샴페인 제공, 수영장 사우나 등 무료 이용, 다음해 기념일 숙박시 50% 할인, 23만5,000원~30만5,000원 (02)799-8888
▲ 서울 프라자호텔 디럭스 룸 숙박, 식음업장 10% 할인, 피트니스 클럽 수영장 무료, 체크아웃 오후2시, 주중 20만원, 주말 18만원 (02)310-7710
▲ 메이필드 호텔 디럭스 룸 숙박, 욕실에 뿌릴 장미꽃잎, 허니문 칵테일 2잔 무료, 스파 패키지 20% 할인, DVD 보드게임 무료 렌탈,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무료, 16만원. (02)6090-9000
▲ 웨스틴 조선호텔 와인 치즈 과일 제공, 목욕 타올 바디로션 등 목욕 용품 선물, 인천공항내 호텔 직영 파노라마 라운지서 식사, 스위트룸 이용시 결혼 축하 꽃다발, 28만~35만원 (02)317-0404
▲ 밀레니엄 서울힐튼 샴페인 초콜릿 과일 제공, 피트니스 센터 무료 이용, 체크아웃 오후2시, 스위트 이용시 룸 서비스 조식, 22만9,000원~49만원 (02)317-3000
▲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축하 샴페인, 아로마 테라피 배스 오일, 조식 제공, 피트니스 클럽 수용장 스파 무료, 디럭스 룸 33만3,000원, 주니어 스위트 40만원 (02)6282-6282
▲ 르네상스 서울 호텔 샴페인 제공, 초콜릿으로 감싼 딸기 혹은 계절 과일 선물, 체크 아웃 오후 3시, 27만원 (02)2222-8500
▲ 노보텔 강남 패키지 1(22만원) 저녁 식사, 아침 뷔페 식음료 20% 할인, 샴페인 과일 초콜릿 등 제공, 패키지 2(35만원) 스위트 룸 이용 객실서 코스 요리 디너 고급 목욕 용품 제공 (02)531-6521
▲ 롯데호텔 제주- 일반형 펄(81만원)2박 조식 2회, 루비(110만원) 3박 조식 2회, 제이드(31만원) 1박 조식 1회, 숄더(47만원) 조식 1회, 고급형 샤롯데(100만원) 2박 조식 2회, 팔러(150만원) 2박 조식1, 석식 1회, 퍼시픽(190만원) 2박 조식1, 석식 1회 (064)738-5600
▲ 제주 신라- 렌터카 하루 무료, 디너 뷔페 무료(10월3일~11월21일 매주 월요일엔 매직 디너 뷔페), 피트니스 클럽 무료 이용, 고급 액자 선물, 식음료업장 기념품점 10~20% 할인, 2박 기준 69만~190만원 1588-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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