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쇠고 오자 이런저런 얘기들이 들린다. 남이 들으면 재미있지만 본인한테는 속 터지는 얘기들이다. 추석날 아침 차례를 지낸 다음 점심때가 가까워지자 어머니는 안절부절못하며 두 딸을 기다린다. 하나는 방금 전에 사위와 함께 도착했는데 하나는 오지 않고 있다. 전화를 하니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한 시간 걸리는 거리다.
딸을 기다리던 어머니가 투덜투덜 사돈 불평을 한다. 차례를 지냈으면 얼른얼른 아이들을 보내줄 것이지 무얼 하느라 여태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그 때 이 집의 아들 하나가 나서서 어머니에게 말한다.
“그렇게 말할 게 어디 있어요. 이 집도 친정 들러야 할 며느리 붙잡고 보내주지 않고 있는데.” “누가 안 보낸다니? 얘들은 걔들이 오는 거 보고 가야지. 걔들이 오면 상은 누가 차리고?” “그러게 말이지요. 그 집도 자기 딸이 오면 상 차릴 사람이 없어서 남의 딸 붙잡고 있는 거겠지요.”
버선 속은 아니지만, 관계라는 것은 뒤집으면 이렇게 바로 보인다. 그런데도 늘 외면한다. 딸도 친정에 와서는 잠시 전 시댁에서의 상황을 잊고 이렇게 말한다. “어, 이 집 며느리들 다 어디 갔어?”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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