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931호인 태조 이성계 어진(御眞ㆍ왕의 초상화)이 최근 훼손된 뒤 수리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당국이 그 경위를 전혀 파악하지 못 해 문화재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이 22일 주장했다.
이경숙 의원은 태조 어진에서 1999년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수리 흔적 두 군데를 발견했다고 이 날 국감 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 가운데 하나는 왼쪽 귀 옆 부분이 길게 찢어졌다가 수리된 흔적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림 바깥 비단 족자에 있는 흔적이다. 문화재청의 관계자는 “이 의원의 지적에 따라 태조 어진을 살펴보았더니 실제로 수리 흔적이 발견했다”고 말했다.
소재구 고궁박물관장은 “어진을 대여해 올 때 수리 흔적을 보았지만 우리는 단지 임대만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 수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태조 어진은 전북 전주시의 관리 아래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경기전에 소장돼 있다 지난 8월부터 서울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임대 전시중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 지정 문화재는 수리를 받을 때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얻은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문화재청은 “전주시 등으로부터 어진 수리와 관련한 어떠한 신청도 받은 적이 없다”며 “전주시도 어진 수리를 한 적이 없다고 해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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