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직후 랜딩기어 고장을 일으킨 미국 국내선 여객기가 조종사의 기민한 임기응변 덕에 인명피해 없이 비상착륙에 성공,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를 모면했다.
제트블루 소속 에어버스320기는 20일 오후 3시17분(현지시간) 승객 14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로스앤젤레스 인근 버뱅크의 밥 호프 공항을 이륙,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이륙과정에서 앞 바퀴가 90도 가량 틀어진 채 접해지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욕행을 포기한 여객기 기장은 관제탑과 교신 후 LA인근 롱비치 상공에서 3시간 가량 선회하며 연료를 소진했다. 항공유가 남아있으면 비상착륙에 실패했을 경우 대형 화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오후 6시17분 여객기는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에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활주로 주변에는 100여 명의 소방관과 경찰관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뒷 바퀴부터 활주로에 닿기 시작한 여객기는 앞 바퀴가 활주로에 닿자 흰 연기를 내뿜다 마찰로 닳아 없어졌으며, 남은 휠 부분에서는 불길이 일었다. 기장은 문제의 앞 바퀴가 접지(接地)하는 범위를 줄이기 위해 기수를 들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뒷바퀴 만으로 활주로 위를 달리면서 속도를 줄이는 고난도 비행기술을 보였다.
CNN 등 미국 방송들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상황을 생중계했다. 승객들은 여객기에 설치된 TV를 통해 자신들의 상황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일부 승객들은 울부짖으며 휴대폰으로 가족과 작별인사를 하기도 했다.
착륙장면을 지켜본 전 세계의 전문가들은“좀처럼 보기 어려운 곡예비행과 같은 조종 기술 ”이라고 조종사를 극찬했다.
미국 10위의 항공사인 제트블루는 1999년 7월에 설립된 저가항공사로 사우스웨스트와 더불어 저비용 고효율로 기존 메이저 항공사들을 파산위기에 몰아넣으며 급성장했다. 현재 미국 내 13개 주 32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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