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미를 진다.” 우리나라 헌법 제 10조의 내용이다.
특수 학교에서만 이뤄지던 장애아 교육이 일반 학교로 확대된다. 통합 학급과 특수 학교에서의 일반 학교 교육 과정, 일시적으로 참여하는 통합 교육 등으로 넓혀진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5년도 특수 교육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만8,829개의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 가운데 현재 장애아 통합 교육이 실시되는 학교는 5,654개이다. 적잖은 비중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친숙하지 않은 풍경이다.
그 중 2003년부터 통합 학급을 운영, 현재 16명의 장애 아동이 출석중인 서울 광진 자양동 신자초등학교를 찾았다.
3학년 2반 음악 시간. 노래를 따라 부르며 건반 익히기가 한창이다. 맨 뒷줄에는 김진우(가명ㆍ11ㆍ정신 지체 1급)군과 김영애(48) 보조원이 함께 앉아 있었다. 김씨는 시종일관 진우에게 무언가를 일러주고 있었다. 가끔 괴성을 지르는 것을 타이르는 것도 김씨의 몫이다.
학생들을 지목해 노래를 부르게 하던 담임 교사 신선숙(51)씨가 분위기를 바꾼다. “자, 이번에는 진우가 나와서 한 번 노래해볼까?” 라고 제안 했다. 친구들의 박수를 받으며 나간 진우.
노래를 시작할 듯 하더니 갑자기 마음이 변한 모양이다. 교실 바닥에 드러누워 같이 나간 보조원과 선생님에게 무작정 때를 쓰기 시작했다. 신씨와 보조원은 진우를 달랬다. “아, 진우가 하기 싫어진 모양이구나. 그래, 그럼 다음에 하자.”
보기에 따라서는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도 있는 일. 그러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수업 분위기를 흐트러트리지 않으려는 선생님의 배려가 역력히 비쳤다. 그 뿐만은 아니다. 학생들도 하루에 한두 차례 있는 진우의 돌발 행동에 익숙해져 있었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진우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 아이들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수업을 계속해 나갔다.
“진우요?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 친구인데요. 기분이 좋으면 저한테 노래도 불러주고 옛날 얘기도 해줘요. 머리가 예쁘다며 쓰다듬기도 하고요. 진우 마음속에는 아마 천사가 들어 있나 봐요. 전 진우 마음을 다 느낄 수가 있어요.” 짝꿍 송주연(9)의 말했다.
1학년 때도 짝을 하겠다고 나선 주연이는 이번에도 같은 반이 되자 진우의 짝을 하겠다며 자원했다. 진우를 무서워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건 진우를 아직 몰라서 그런 것이라며 제법 어른스럽게 진우를 감싸기까지 했다. 그 덕인지 아이들이 진우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신교사는 귀띔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놀리기도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깜짝 놀랐어요. 아마도 생활하면서 본인들 스스로 느낀 것 같아요.” 간혹 수업 진행이 제대로 안 될 때, 힘들기도 하지만 수업 시간에 제자리에도 못 앉던 아이가 차츰 환경에 적응해 가는 등 사회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4교시 가운데 2교시는 통합 수업을 받고 나머지 2교시는 특수반에서 읽기와 받아쓰기 등의 특수 교육을 따로 받는다. “아이와의 교감이 가장 중요해요.
마음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어느 누가 마음을 터놓지 않겠습니까?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주되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특수교사 엄영희(47)씨의 말이다. 이 학교에서는 1년에 두 차례씩 전교생을 대상으로 장애 이해 교육을 실시,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이나 돕는 방법 등을 일러 준다.
윤상훈(61) 교장은 “아이들이 서로를 겪으면서 이해할 수 있다는 자각은 장애아 통합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윤 교장은 “비장애아들에게는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가슴으로 대하는 자세를 키우는 것, 장애아들에게는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 라고 말했다.
4층 강당에서 교통 안전 지도 수업을 받고 있는 2학년 5반 강현우(10ㆍ정신 지체 2급)는 오늘 기분이 좋다. 선생님의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 제일 좋아하는 수업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 신호등 제대로 보기 이론 수업을 마치고 실시된 실전 학습에서도 현우는 빨간 불에 멈추기와 파란 불에는 건너기를 혼자 해 냈다.
현우는 그렇게 스스로의 행복을 학습해 가고 있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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