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행자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벌인 ‘조상 땅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친일파 후손으로 추정되는 166명이 되찾아 간 토지가 110만평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법사위 최용규(열린우리당) 의원이 이 사업으로 토지를 되찾은 사람들의 명단과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을 비교ㆍ조사한 결과다.
신뢰성을 따지기에 앞서 많은 국민에게 충격과 분노를 던질 만하다. 국민은 친일파 후손이 얻게 된 혜택이 못마땅한 것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방조’했다는 점에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조상 땅 찾아주기 사업’을 전면 중단하라는 주장에 박수를 칠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조상 땅 찾아주기 사업’의 실상으로 보아 이 문제가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 행자부와 지자체가 1995년부터 벌여 온 이 사업으로 국민이 찾아 간 땅은 2001년 이후에만 9,100만평에 달했다.
혜택의 일부가 친일파 후손에게 돌아간다는 이유로 기본적 대국민 서비스를 중단할 수는 없다. 친일파 후손을 가려 낼 현실적 기준이 없는 데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모든 국민’이 정보공개 청구권을 갖고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친일파 단죄의 역사적 정당성을 곧바로 그 후손의 ‘재산 환수’로 끌고 가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친일파 단죄는 국민의 ‘정의의 감정’에 들어 맞는다. 그러나 ‘재산 환수’ 대상을 친일ㆍ반민족 행위의 직접적 대가물에 한정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적 요구 또한 재산권에 대한 ‘정의의 감정’에 기초해 있다.
어쩌면 ‘친일파 후손’이라는 호칭과 그들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 자체가 우리 사회에 남은 연좌제 의식의 찌꺼기일지도 모른다. 정부나 국민이나 고민하며 이번 논란에 접근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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