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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9) 백가지 영양제보다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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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9) 백가지 영양제보다 밥을

입력
2005.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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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서늘해지면서 보약을 지어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병원에 와서 뭘 먹어야 되는지, 권할 영양제는 없는지 묻는 분도 있습니다.

이들이 찾는 것은 치료약이 아닌 몸에 좋은 영양제나 보충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보완 대체의학이 성행하면서 치료 목적 외에 예방과 건강증진 목적으로 생약과 식물, 기타 추출물들이 널리 복용되고 있습니다.

또 영양 보급을 치료의 한 수단으로 여겨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제 등이 영양치료제라는 이름으로 권장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영양치료제는 개인 차이가 커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는 않으며, 아직 믿을 만한 연구 자료도 모자랍니다.

더구나 이런 조건 저런 조건을 불문하고 ‘먹어두면 무조건 좋다’고 하기에는 증거가 한참 모자라죠. 그래서 혹시 복용하더라도 흔히 복용하는 종합비타민의 보충 효과 정도로 만족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먹을 거리를 찾는 분은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아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선 우리 몸에 좋은 식단은 단백질이 15~20%, 지방은 30%를 넘지 않게, 나머지는 탄수화물로 채우는 식단이 균형 잡힌 식사입니다.

고기만 드신다든지, 단백질은 아예 빼고 곡물이나 과일만 먹는다든지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균형 잡힌 식단을 빼놓고 온갖 보충제, 약제, 특정 건강식품을 드시는 것은 모래성을 쌓는 일과 같습니다.

주위에서 흔히 어떤 음식은 어떤 질병을 일으키니까 피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한방의 사상의학을 신봉하는 분들은 특히 음식 선택에 까다롭지요. 또 산성 체질이니까 알칼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식으로 근거 없지만 그럴싸한 이론으로 포장된 유혹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는 아직까지 어떤 일개 식품이 특정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특정한 식품군이 그런 경우는 있지요. 과도한 지방 식품군 섭취는 비만을 일으키고 핏속의 콜레스테롤 비중을 높여서 동맥경화가 생기기 쉬운 조건을 만드니까요. 또 아주 짠 음식이 사람에 따라 혈압에 좋지 않거나 불에 태운 음식들이 위장관의 암 발병과 관련성이 있다는 등의 예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개 특정 식품과 질병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특정 질병을 완치하기 위해 어떤 식품이 좋은지 찾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한 가지 음식이 병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음식과 영양소의 조합이 암이나 기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한 가지가 어떤 병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식품이 어디에 좋다고 너도 나도 먹다가 지금은 사라진 예가 기억나지 않습니까? 건강에 좋다고 유행하는 음식들이 그런 것인데 유행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지요. 어떤 한 음식이 몸에 좋다고 그것만 먹고 다른 음식은 제외한다면 균형 잡힌 음식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먹는 것의 결론을 내려봅시다. 첫째, 가능한 한 다양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필수 영양소와 비타민, 미네랄, 미량 원소 등을 제대로 섭취하기 위해서는 모든 식품군에서 골고루 음식을 드셔야 합니다. 둘째, 지나친 지방 섭취를 줄이되 전체 칼로리의 30% 이내이면 됩니다. 하루 2,000㎉ 섭취한다면 기름 50g 정도 됩니다. 셋째, 곡류는 가능하면 통째로 드시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드십시오.

넷째, 설탕과 소금은 줄입니다. 다섯째, 적절한 칼슘 섭취에 신경 써야 합니다. 콩, 두부, 우유 같은 유제품을 즐겨 드시는 것이 도움이 되고 필요하면 칼슘 보충제를 드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같은 권고가 몸에 좋은 특정 음식이나 보신 영양제를 기대하신 독자들에게는 별로 영양가(?) 없는 싱거운 말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간단한 권고 속에 유행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양의 원칙이 들어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는 보신 건강식품 대신에 매일의 식탁에서 건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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