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난을 가져온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또다시 가장 강력한 5등급 허리케인 리타가 멕시코 만으로 다가오자 미국의 기상학계와 방재 기관들이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초대형 허리케인이 빈발하는 것이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이상 기후냐, 또는 주기적인 기상 현상이냐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구온난화 현상은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한 조지 W 부시 정부에게 정치적 아킬레스 건과 같은 것이어서 논쟁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16일 과학 전문 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한 편이 불을 붙였다. 미 조지아 공대와 국립 대기연구센터(NCAR) 연구팀은 1970년부터 2004년까지 3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난 열대성 폭풍(허리케인, 태풍, 사이클론 등)의 발생 횟수와 강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전체 열대성 폭풍 수와 폭풍 일 수는 줄어들었다. 반면 폭풍의 강도는 더 거세졌고 초대형 폭풍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70년대는 20%대 였지만 최근 10년 동안에는 35%를 넘을 정도로 크게 늘었다.
연구팀의 피터 웹스터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연구기간 중 북대서양과 카리브해의 해수면 온도는 약 0.5도 올랐고, 이 때문에 허리케인은 갈수록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바다가 따뜻할수록 수증기가 더 많이 발생해, 무역풍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열대성 폭풍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강한 허리케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내놓은 카트리나 생성 과정 분석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카트리나는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2~3도 가량 높았던 때에 생겼고 이 때문에 그 강도가 컸다.
반면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의 크리스 랜시 박사는 “웹스터 교수 팀은 초대형 허리케인의 비율은 커졌다면서도 허리케인 등급 평가 기준인 평균 최대 풍속은 반대로 줄었다고 했다”면서 “우리처럼 허리케인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풍속을 측정하지 않고 위성 사진에 의지해 풍속을 쟀기 때문에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반박했다.
NHC측은 오히려 자연 발생 주기설을 강조한다. 21일 미 상원 재난방지예보소위에 출석한 맥스 메이필드 NHC 소장은 “카트리나, 리타의 출현은 25~40년 마다 대서양에서 반복되는 허리케인의 발생 주기에 따른 것일 뿐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열대성 폭풍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이치인 만큼, ‘지구온난화 원인설’의 설득력은 만만치 않다. 결국 이번 논쟁은 부시 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한 시비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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