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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봉화·울진 '송이따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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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봉화·울진 '송이따기 체험'

입력
2005.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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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경북 봉화군 명호면의 비나리 마을을 감싼 산자락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자락엔 따로 길이 없었고 꼭대기까지는 45도가 넘는 급경사가 쉬지 않고 이어졌다.

비탈은 여인의 허리 만한 둥치의 소나무들로 가득했다. 인적 드문 솔숲 정도로만 봤다간 큰 코 다친다. ‘가을의 성찬’ 송이를 바로 이맘때, 하나 둘 내놓기 시작하는 노다지 밭이다.

그 귀한 몸들을 모시고 있는 솔숲은 들어가기 민망할 정도로 깨끗이 정돈돼 있었다. 잡목이나 덤불 하나 없고, 갈퀴로 낙엽을 다 긁어 내려 갔는지 바닥은 붉은 흙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산주인 장상일(48)씨는 “이게 다 송이산 환경 개선 사업 때문”이라고 한다. 송이는 워낙 까탈스러워 재배가 아예 불가능하니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라도 만들어주겠다는 것.

동행한 봉화군 문화체육관광과의 이승락 팀장은 “예전 송이철, 산에 오르면 지게로 한 짐씩 송이를 지고 내려왔다. 너무 무거워 중간에 한 두 줌 버리고 오기까지 했다”고 운을 뗐다.

이 말을 받은 장씨는 “송이를 넣고 고깃국이라도 끓여 내면 ‘왜 내 국그릇에는 고기는 없고 송이 나물만 가득하냐’는 형제들의 푸념이 튀어 나왔었다”며 아예 한술 더 뜬다.

‘지나가던 개도 물고 다녔다’는 그 많던 송이가 그런데 왜 이리 귀해진걸까. 장씨는 아궁이탓이라고 했다. 군불 때던 시절에는 산속의 낙엽들까지 깨끗이 긁어 내려왔는데, 아궁이에 석탄이 들어가고 석유가 대신하면서 산의 섭생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잡목이 송이의 모태인 소나무의 생장을 막은 데다, 잡초와 두꺼운 낙엽층 때문에 송이 포자가 아예 땅에 발을 붙일 수도 없게 됐으니 송이는 줄어들 수밖에.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1996년에 시작한 송이산 환경 개선 사업이란 다름아닌 군불 때던 시절의 모습으로 산자락을 되돌리자는 것이다.

건강한 소나무 뿌리에서 적당한 햇빛, 적당한 수분, 적당한 바람을 받아야 자란다는 그 까다로운 송이가 좋아하는 환경으로.

허덕허덕 비오듯 땀을 쏟아내며 행여나 송이를 밟을까 앞사람 발자국을 지려 밟으며 오르길 20여분, 마침내 산능선 위로 산막이 보인다. 송이 시즌 송이 도둑을 막기 위해 밤이면 망을 서기 위해 지은 작은 움막이다. 송이 1kg(10송이 내외)이 최고 60만~70만원까지도 호가한다니 송이밭은 여기 저기에 만원권 지폐가 꽂혀 있는 땅뙈기나 진배없다. 밤새 보초 서는 그 심정을 어찌 몰라라 하리.

장씨는 주변에서 송이를 어디 한번 찾아 보라지만 도대체 기자의 무딘 눈에는 보이질 않는다. 산막을 지키던 사내가 솔가리 한 줌 덜어내자 말간 상아빛 속살을 감추고 있던 송이가 드디어, 자태를 드러냈다.

솔향과 흙냄새에다 습기를 머금은 송이 냄새가 코끝이 간지럽혔다. 썩은 나무에서 발아되는 여느 버섯과 달리 살아 있는, 그것도 20~60년 된 싱싱한 소나무 뿌리에서 움을 틔우는 고고한 습성 때문일까. 땅을 쑥 밀치고 선 모양은 볼수록 영물스럽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 기자의 모습에 신이 난 장씨는 송이 맛을 보여주겠다며 다섯 송이를 캐서는 산막으로 이끌었다. 출출한 속을 채우라고 가스 불에 라면물을 올리더니 송이를 손으로 쭉쭉 찢어 내준다. 그새 고인 침을 삼키고는 염치없이 하나 들어 입에 물었다. ‘오드득’ 마치 생밤을 씹는듯한 질감도 질감이지만 입안은 물론 머리끝까지 ‘싸아’ 해지는 상쾌한 향.

“바로 이 향에 미치는 겁니다. 내내 그 향을 잊지 못해 가을이면 그 먼 거리와 비싼 값에도 송이를 찾아 달려 오는 거 아닙니까.” 장씨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고 있는데 그가 남은 송이를 끓고 있는 라면 속에 죄다 넣어 버린다.

‘아뿔싸!’ 라면이 500원이라면 저 송이는 5만원 어치는 될 터인데… 산사나이의 후한 인심 덕에 세상에서 제일 비싼 라면을 먹게 됐다.

봉화ㆍ울진=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봉화 24~27일, 울진 내달 1~3일 송이축제

송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송이축제를 찾아가자. 그 지역에서 가장 송이가 많이 나는 때 축제가 열리니 제일 저렴한 값으로 질 좋은 송이를 맛볼 수 있다. 송이 채취 체험은 소나무 산림욕 향내 속에서 송이를 따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준다.

산 깊은 청정의 땅 경북 봉화와 울진은 소나무가 많은 곳. 당연히 송이로도 유명하다. 봉화군은 24~27일까지 ‘청량문화제’와 함께 ‘봉화 춘양목 송이 축제’를 연다. 봉화읍의 내성천과 춘양면 두 곳에서 함께 열린다.

봉화읍에서 열리는 축제가 관이 주도하는 행사인데 반해, 춘양면에서 올해 처음 열리는 축제는 민이 주체다.

떠들썩한 노래 자랑 대신에 다양한 체험 행사를 준비했다. 다듬어진 목재를 레고처럼 조립해 전통 가옥을 만들어 보는 한옥 짓기 체험이 가장 큰 즐길거리다. 이 밖에 춘양목 장승 깍기 체험, 목공예 체험 등이 사람들을 기다리며, 춘양면의 만산 고택에서는 소나무와 관련된 시화 및 사진 등이 때맞춰 전시된다. 봉화군 문화체육관광과 (054)679-6371, 춘양목송이축제추진위 (054)672-3001

봉화가 춘양목을 브랜드화했다면 울진은 금강송이다. 울진군은 서면 소광리 숲 등 최고의 소나무 군락지와 최다 송이 생산량을 자랑한다. 바다를 끼고 있어 봉화보다 따뜻한 울진은 송이 나는 시기도 일주일 가량 늦다. 10월 1~3일 연호공원을 주무대로 해 ‘울진 송이 축제’가 ‘성류문화제’와 함께 열린다.

참가 신청을 한 사람들에게는 송이 채취 체험 기회가 주어진다. 송이 생태 관찰장, 송이 요리 체험장, 울진 송이 캐릭터 만들기 체험 등도 함께 준비됐다. 울진군 산림과 (054)783-5119

송이 시즌에 울진이나 봉화의 상가는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송이 판매장으로 변신한다. 간혹 값싼 중국산이나 북한산 송이가 섞여 들어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울진읍 시외터미널 인근의 해송상사(054-781-0880, 011-9365-7575) 등이 믿을만하다. 택배도 가능하다.

행자부 지정 정보화 마을인 ‘봉화 춘양목 송이 마을’의 홈페이지(http://cs.invil.org)를 방문하거나 전화 주문(054-674-1030)으로도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송이를 구매할 수 있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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