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살이 넘은 철학자 김태길(85ㆍ대한민국학술원 회장) 선생과 고고학자 손보기(83ㆍ공주 석장리 선사유적박물관 명예관장) 선생을 만나고 그 활기에 놀라서 블로그에 ‘장수 비결은 보건체조’라는 내용의 글을 8월말에 올릴 때만 해도 무슨 과학적 증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시는 두 분이 보건체조를 매일 하신다는 것이나 운동하고 걷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공교롭게도 같아서 운동과 학자의 장수비결을 엮어보았다. 제목은 ‘장수비결’이었지만 결론은 ‘운동을 많이 하면 머리도 좋아지고 오래 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태길ㆍ손보기 선생의 건강비결
이 글을 쓴 것은 김태길 선생이 우리나라 학자들의 조로현상을 걱정하면서 일본의 동창 학자가 올봄에 연구서를 한 권 냈더라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찌쿠라 히로스케(市倉宏祐)씨는 김태길 선생과는 일본의 제3고등학교 동창인데 일본의 윤리학자 와쓰지 데쓰로(和哲郞)에 대한 평전을 썼다고 한다.
김태길 선생도 올초 ‘겉멋과 속멋’이라는 산문집을 내기는 하였지만 그 분 말씀대로 “이곳 저곳에 썼던 짧은 글을 모은 산문집과 평전은 크게 다른 것”이었다. 평전은 학술책으로서 책 한 권을 쓸만큼 정교한 논리와 글 쓰는 긴 시간동안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여든 여섯에 이런 책을 써냈다는 것은 그만큼 두뇌가 싱싱하다는 이야기였다.
두 분이 나온 제3고등학교는 당시 일본의 공립학교 가운데 최고 명문이었지만 고등학생이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을 좀스럽다고 보아서 학생들은 운동이나 영화 연극에 심취하였다고 한다. 이런 학풍 덕분에 김태길 선생도 배구부에서 활동했지만 이 동창은 기숙사생들의 대표여서 더더욱 공부보다는 운동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그랬던 이가 가장 늦게까지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사실이 재미있어서 ‘두뇌도 세포이니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운동은 분명 두뇌에도 좋은 것이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려보았다.
그런데 미국 소크 생물학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 박사는 최근 운동을 많이 하면 새로운 뇌세포가 나타나 두뇌가 좋아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신경과학 저널’에 발표했다. 그는 젊은 쥐와 늙은 쥐를 나누어 늙은 쥐들에게만 운동을 시킨 결과 늙은 쥐들의 두뇌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뉴런)가 생성되어 운동을 하지 않은 젊은 쥐들의 두뇌활동을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든 사람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 외모 뿐 아니라 두뇌까지도 활기있게 유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05년 기준으로 여자가 82세, 남자는 75세로 평균 78세인데, 2020년에는 평균 81세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국가적인 대책도 나와야 하지만 이 오랜 기간을 얼마나 활기있게 살 수 있느냐는 모든 사람의 과제이다.
최근 박재규 경남대 총장의 은사들 이야기를 들으며 또하나의 건강비결을 배웠다. 그것은 바로 신문 읽기이다. 박재규 총장이 환갑을 넘었으니 국제 정치학계의 원로인 그의 은사인 미국의 존 허츠 교수와 영국의 피터 와일리스 교수는 여든이 넘었다.
그런데 두 분 모두 여전히 신문과 잡지를 보면서 시사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제자인 박 총장에게 새로운 글을 쓰면 꼭 보내달라고 하고 그 글을 보고서는 빨간 글씨로 당신의 제안을 담아서 답장을 쓴다고 한다.
그 분들도 신문이나 전문지에 기고하는 것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것, 그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 또한 두뇌를 오래 젊게 쓰는 비결이다.
●신문읽기도 건강한 뇌 유지 도움
네 분 학자들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은 특별한 도구나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맨손으로 체조하고 많이 걷고 신문을 여전히 읽는 일 – 당신도 할 수 있다. 당신의 자녀 역시 더 오래 머리를 쓰면서 살기를 원한다면 맨손체조를 가르쳐주라. 물론 함께 하면 더욱 좋다.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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