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이 노래를 들으면 여전히 가슴이 쿵닥거리고 설레는 이들이 있다. 19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태권브이에 대한 특별한 추억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원본 필름이 미국 수출 당시 모두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옛모습 그대로의 ‘로보트 태권브이’ 보기를 포기하다시피 했던 이들 앞에 태권브이가 번듯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원작의 판권을 소유한 신씨네가 재작년 영진위 창고에서 발견한 원본필름의 복원 작업을 최근 마쳤다.
복원에는 10억원의 예산과 72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디지털 복원과 색 보정을 통해 화면이 몰라보게 깨끗해졌고, 음향도 다시 녹음했다.
76년 7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 1탄’은 단 18일 동안 서울에서만 28만 명을 동원, 그 해 영화 흥행순위 2위에 올랐다. 당시 평균 영화 제작비 2,000만원을 훨씬 넘는 3,500만원이 제작에 투입됐고 작업기간도 6개월이나 소요됐다. 김청기 감독은 태권도장을 찾아 다니며 대련 동작을 필름에 담고 그 위에 그림을 입히는 방식으로 사실감을 살렸다.
태권브이의 복원은 그 시절 함께했던 이들에겐 어떤 문화유산의 복원보다도 절실했던 것 같다. 2001년 인터넷 패러디 사이트 딴지일보는 팬들이 간직하고 있던 영상자료 등을 모아 85분짜리로 복원하기도 했다.
태권브이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일 수도,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Z나 아톰에 맞섰다는 애국심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만화가 의미있는 것은 기술 발달로 인한 디스토피아의 도래를 암시하는 선구자적 시각때문이기도 하다. 여타 로봇만화가 선악 대립만 강조한 것과 달리 태권브이에서는 악당 카프의 사이보그 딸인 메리에게 인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부여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어떤 것일까”라며 고민하고 “훈이와 영희에게서 사랑을 배웠다”고 말하며 인간을 돕는 로봇의 모습을 통해 인간성의 가치를 강조한다.
복원된 ‘로보트 태권브이’는 다음달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상영된다. 영진위는 극장 개봉도 추진하고 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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