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점과 같았던 우주는 어떻게 팽창했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처럼 이렇게 낮은 밀도의 우주가 만들어졌으며, 지구와 같은 행성을 탄생시킨 것일까.
우리 존재에 대한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학자들이 고등과학원(KIAS)에 모여 ‘우주론 지형:초끈, 중력, 우주초팽창’(20~24일)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와 논쟁 끝에‘초끈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한 레너드 서스킨드 고등과학원 석좌교수와 ‘초팽창 우주론’을 완성한 안드레이 린데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의 대담을 통해 초끈 이론으로 설명하는 우주론을 들어보자.
-우주 탄생을 초끈 이론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린데 교수=내 연구 분야는 우주의 생성 초기 100만분의 1초에 대한 것이다. 우주가 하나의 점에서 대폭발을 했다는 ‘빅뱅 이론’이 있는데, 그냥 팽창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아주 엄청난 팽창을 했다.
현재 우주의 총질량은 10의 55제곱g 이상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초팽창을 했는지 참 설명하기 어렵다. 초끈 이론이 하나의 가능성을 줄 수 있다.
서스킨드 교수=최근 3~4년 사이에 초끈 이론은 10의 500제곱, 10의 1000제곱개의 우주가 가능하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다양한 우주는 서로 다른 물리법칙을 갖고 있고, 이 중에는 아주 조금 팽창하는 우주도, 초팽창하는 우주도 가능하다. 우리 우주처럼 말이다.
-왜 하필 우리 우주인가
서스킨드=한가지 우주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 우리 우주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은 우리 우주에 이 같은 질문을 던질 인간이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우주 상수’도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처음 제시한 우주 상수는 실제 이론적 예측치보다 훨씬 작은 10의 -120제곱이었다. 왜 이처럼 작은 수인지 해답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1987년 와인버그가 우주 상수가 그 10배라고 가정하고 계산해보니, 너무 가속 팽창을 하게 돼 은하도, 행성도,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결국 우주 상수가 10배 이상 크게 되면 은하나 인간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제안한 ‘인간 원리’이다. 최근 초끈 이론의 진전으로 많은 골짜기와 봉우리가 있는 것처럼 다원 우주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우리 우주라고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초끈 이론이 옳다고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서스킨드=사실 그것은 잘 모른다. 직접적인 관측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고 수학적 이론을 개발해야 한다.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이 그래서 싫어하지만, 쟁점은 설명을 포기할 것인가 아닌가이다.
린데=표준모형의 입자를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왜 전자는 그렇게 가벼운지, 왜 양성자는 그렇게 무거운지 그 이유를 아직 모른다. 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지 모른다.
-실험적 관측으로 검증할 방법은 없나
서스킨드=간적접 관측은 가능하다. 우주 형성 초기에 존재한 작은 끈이 우주의 팽창과 함께 아주 길어져 은하 주변에 있을 수 있다.
측정이 매우 어렵지만, 이 끈이 요동칠 때 생기는 중력파를 관측한다면 초끈 이론이 옳다는 의미이고, 결국 초끈 이론이 설명하는 우주론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플랑크 위성 등 최근 우주배경 복사를 관측하는 실험이 점점 정밀해지고 있는데, 이 역시 우주 초기에 대한 정보를 줄 것이다.
린데=셜록 홈즈와 같은 방법은 어떤가? 불가능성을 제거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가능한 시나리오만 남는 것이다.
서스킨드=헤이, 안드레이. 과학이 어디까지 갈 건지 보여주자는 건가.
김희권기자 hee@hk.co.kr
■ 초끈이론이란
물질의 기본입자와 그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10의 -33승㎝ 규모의 작은 끈으로 설명하는 이론. 기존의 표준모형이 쿼크를 기본입자로 삼는 것과 달리 초끈이론은 훨씬 작은 끈의 진동에 따라 양성자, 전자 등 다양한 물질과 힘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은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 등 4가지 힘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대통일장이론'을 추구해 왔는데, 초끈이론이 그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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