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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北核타결 이후/ 송전·중유·경수로 3중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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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北核타결 이후/ 송전·중유·경수로 3중부담 우려

입력
2005.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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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9 6자회담 공동성명은 북핵 폐기라는 큰 목표와 원칙을 담았지만 상당한 논란과 숙제도 남겼다. 북핵 폐기와 경수로 제공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애매모호한 자구는 벌써부터 북미 양측의 아전인수식 해석을 낳고 있다. 아울러 송전, 에너지(중유)지원, 경수로 건설에 참여할 한국의 과도한 경제적 부담도 민감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논란은 공동성명이 핵 폐기 대가로 북한에게 대미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다는 ‘말 대 말’의 합의인 점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짙다.

명백한 행동시점을 적시한 ‘액션플랜’이 아닌 것이다. 때문에 공동성명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논의할 향후 회담에서 논란들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공동성명에 대한 과도한 평가도 그렇지만, 지나친 폄하나 우려도 성급한 예단일 수 있다.

한국의 과도한 재정 부담

성명의 자구가 그대로 현실화할 때 한국 정부는 대북 직접송전, 중유지원, 경수로 건설 등 3중 부담을 안으면서 12조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국민 부담이 너무 크다는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경수로 건설이 10년 가량 소요될 경우 대북 송전비용은 전력변환설비(1조원), 송전선로(6,000억원), 변전소 2곳(1,200억원), 연간 전력생산비(10조원) 등 총 11조 7,200억원에 달하게 된다.

또 송전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3년간 중유 50만 톤을 5개국이 분담한다면, 한국은 연간 500억원씩 1,500억원을 내야 한다. 경수로 건설이 시작돼 5개국이 건설비 46억 달러(신포 경수로 건설비용으로 가정)를 분담하면, 한국 부담은 9,200억원에 달한다.

이런 부담이 현실화할 경우 비용 규모도 문제지만, 신포 경수로를 대신해 송전해준다고 했던 정부가 송전과 경수로 지원 등 2중 부담을 한다는 비난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머리 속 계산법’일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송전사업을 시작하면 중유지원에서 빠지거나 분담액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경수로 건설비용 산정이 아직은 비현실적이다. 경수로 논의가 핵 폐기가 상당부분 진행되는 2~3년 후 시작되는데다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 그때 가서 북한이 경수로 대신 다른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고, 경수로 건설이 실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송전 사업의 추진을 목전에 둔 정부로서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향후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호한 합의 사항들

북한이 20일 ‘경수로 제공받은 후 핵비확산조약(NPT) 가입’을 밝힘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는 문구와 ‘북한이 조속한 시일 내에 NPT와 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한다’는 문구간 상충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모호한 대목이 적지 않다. 공동성명은 북핵 폐기(dismantle) 대신 포기(abandon)라는 용어를 써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포기를 폐기가 아닌 동결로 주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또 폐기 대상인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이 존재가 확인된 영변 원자로만으로 한정하고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HEU)을 폐기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문구도 자의적으로 가위질 될 수 있다.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으로서는 북핵 폐기 이행 문제와 더불어 인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은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대북 에너지지원의 시기, 조건이 적시되지 않아 ‘북핵 폐기를 보면서’를 고수하는 미국과 에너지 선 지원을 요구하는 북한간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 이밖에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권을 미국과 달리 현재의 권리로 해석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분담폭 등 기타 쟁점들

한, 미, 중, 일, 러 등 5개국은 역할 분담을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송전의 부담이 있는 만큼 미ㆍ중ㆍ러ㆍ일이 중유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나 나머지 4개국은 동등분담을 주장할 전망이다.

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포럼에 누가 참여할지도 쟁점이다. 한국은 남북한과 미국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나머지 국가들이 동의할지 미지수다. 남한이 핵무기를 반입ㆍ배비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고리로 북한이 남한내 한국군과 미군의 군사시설을 검증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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