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강원 정선군 신동읍 방제리.
석항저탄장, 안경다리, 함백역 등 1960∼70년대 석탄산업의 풍요로움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깊은 골짜기 옛 매화분교에서는 우리 민족의 소리 아리랑이 ‘세계인의 소리’로 자라나고 있다.
아리랑 보급에 힘쓰고 있는 주인공은 정선아리랑연구소 진용선(43) 소장. 신동읍이 고향인 진 소장은 어릴 적 친구들 대부분이 그랬듯이 광원의 아들이다.
‘검은 석탄가루’에서 벗어나려고 진 소장은 중학교 2학년 때 춘천으로 유학, 인하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대학원 시절 아리랑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진 소장은 아리랑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고 이 일은 결국 진 소장을 ‘정선아리랑 인생’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시 전문 월간지 ‘심상’에서 신인상까지 탄 젊은 시인은 대학원을 졸업한 지 1년 만인 89년 아리랑을 지키려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때부터 진 소장의 아리랑 인생은 시작됐다.
녹음기와 노트만으로 아리랑 채록에 매달리던 진 소장은 91년 정선아라리문화연구소(현 정선아리랑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아리랑 연구에 뛰어들었다.
정선 지역은 물론 중국 헤이룽장성,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아리랑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채록하고 조사했다. 93년에는 정선아리랑의 전승ㆍ보존을 넘어 교육과 보급을 하려고 문을 닫은 학교 건물을 빌려 정선아리랑학교를 세웠다.
지난 10여 년간 정선아리랑을 배우려고 독일, 미국, 일본 등 멀리서 강원도 산골 학교를 찾아온 외국인만 1만3,000여 명이 넘는다.
특히 일본 사이타마현 호소다 고교는 98년부터 해마다 국제 체험학습지로 정선을 찾아 정선아리랑을 배우고 있다.
이제 진 소장은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우리의 소리 아리랑’이라는 꿈을 이루려고 뛰고 있다. 내년부터 진 소장이 본격 추진할 목표는 정선아리랑을 세계화해 지구촌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도록 하는 것이다.
진 소장은 20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정선아리랑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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