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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오빠'란 호칭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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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오빠'란 호칭의 두얼굴

입력
2005.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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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부를 때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나이 지긋한 분들은 마땅치 않아 한다. 한 취재원의 말은 이랬다. “오빠라는 말은 유흥업소에서 남자 손님 부를 때나 쓰는 말이다. 남편한테 어떻게 오빠라고 할 수가 있느냐.” 이 분은 진짜 여동생이 “오빠!”라고 부를 때도 유흥업소에 온 것처럼 가슴이 떨리지 않을까 싶다.

매우 특이한 설명도 있다. “오빠는 가족이라는 말인데, 가족과 결혼 생활을 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즉, 남편을 오빠라 부르는 건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를 깨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는 설명이다. 오빠라는 말이 이처럼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좀 놀라울 정도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은 오빠라는 호칭이 설정할 수 있는 다양한 남녀관계를 보여준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주인공이 손님들을 부를 때 쓰는 말은 예상대로 “오빠~”. 그녀가 온몸을 흔들며 ‘오빠 나 좀 바라봐. 오빠 그렇게 바빠~’라며 왁스의 노래 ‘오빠’를 부를 때 장차 그녀와 결혼하게 될 남자주인공을 포함한 손님들은 바로 그 오빠라는 말에 스르르 녹아 버린다.

유흥업소에서 오빠는 진정 남자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호칭임을 입증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결혼 후, 아내가 갇혀 있는 경찰서에 찾아온 남편이 “오빠가 왔어. 오빠가 구해줄게”라고 부르짖는 부분에서 오빠가 주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마치 친오빠처럼 굳은 믿음이 가는 남편의 듬직한 사랑이 느껴지는 터여서 영화 속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됐다.

유흥업소에서의 ‘오빠’와 결혼 후의 ‘오빠’는 이렇듯 전혀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누구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말하는 지에 따라 의미는 당연히 변한다.

물론 여보, OO씨 혹은 OO아빠 등 어른들이 권유하는 좋은 호칭을 두고 굳이 ‘오빠’라는 말을 고집할 이유도 없지만, ‘오빠’라는 호칭을 들으면 무조건 유흥업소나 근친상간을 연상시킨다는 일부 어르신들의 ‘불건전한’ 연상체계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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