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시 강원도의 한 시외버스터미널 주변 유흥가. 취객을 가장해 택시에 타 기사에게 “2차 갈 건데 좋은 데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기사는 수첩을 꺼내 전화를 걸더니 대학가 원룸촌의 4층짜리 건물로 안내했다. 2층 2개의 방 중 하나로 들어가자 속옷 차림의 20대 초반 여성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방 안은 여대생의 자치방과 흡사했지만 조명이 붉었다. 지난해 말까지 이 지역의 유명한 성매매 집결지인 ‘○○촌’에 있었다는 이미숙(22ㆍ여ㆍ가명)씨는 “한번에 6,7만원으로 전과 별 차이가 없는데다가 술을 안 마셔도 되는 등 보다 자유로워 좋다”며 “손님도 꾸준히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성매매 집결지 등 드러난 성매매는 줄었지만 주택가 성매매, 대리운전을 가장한 윤락, 인터넷 알선, 해외 원정 매춘 등 교묘한 수법의 변칙적, 음성적인 성매매에는 단속의 손길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9일 자정께 서울 강남 S호텔 인근 주차장에 뿌려진 ‘여성 대리운전’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같이 쉴 수 있는 여성이 필요하다”고 하자 “어떤 연령대와 스타일을 원하느냐”고 되물었다. 20여분 뒤 나타난 여성은 차에 타자 마자 “집이나 차에서 할 건가, 아니면 따로 갈 곳을 정했나”라고 물었다.
20일 밤 유명한 성인채팅 사이트 ‘Club××××’에 접속하자마자 쪽지가 날아왔다. ‘주희’라는 네티즌이 “아직 ‘일’이 안 끝나 역삼동 R호텔 건너편 모텔가에 있다”며 “15만원이면 원하는 것 다 해 준다”고 답장해왔다.
사이트 대화메뉴 중 ‘실시간 채팅’을 고르고 “만남 어때요”나 “ㅈㄱ(조건 만남의 은어) 어때”라는 쪽지를 보내자 ‘gogo’라는 네티즌이 “5만원 정도 ‘배려 가능액’을 더 주면 색다른 의상을 입고 해 주겠다”고 답했다.
집창촌서 밀려난 여성들이 외국으로 나가 원정 매춘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동남아 관광 가이드는 “작년까지만 해도 현지 외국 여성의 화대가 싸서 한국의 매춘 관광객들이 외국 여성을 찾았다”며 “하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 현지에 한국 여성이 늘면서 화대도 싸져 관광객들이 기왕이면 말이 통하는 한국 여성이 나오는 업소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비디오방 등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피부관리실ㆍ노래방 등으로 이름만 바꿔단 유흥업소들이 보도방을 통해 여성을 제공하는 등 한층 교활한 성매매가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성매매 단속은 성교 현장을 직접 확인해야 입건이 가능한데 우리 여건상 함정 수사나 잠입 수사가 어렵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며 “미국, 캐나다처럼 여경이 변장을 하고 의심 가는 장소에 잠입해 성매매 현장증거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위한 법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박상진기자 okome@hk.co.kr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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